인디음악에서 인디가 사라졌다는 지적은 음악계에서 이미 우려하고 있는 명제다. 경제논리는 이들의 정신을 메마르게 했다. 인디음악에서 사라진 자유로움을 되찾기 위해서는 먼저 인디 뮤지션들이 본연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기에 이들의 음악 활동을 안정시킬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사업이 시급하다. ▉ 자유로울 권리와 경제적 보상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어야 무대에 설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분명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자각이 자유를 찾기 위한 첫걸음일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이들에게 예술을 위한 배고픔을 강요할 수는 없으며 대중적인 음악을 했다고 해서 비판할 수도 없다. 어떻게 하면 자유와 빵을 양립하게 만들 수 있을까.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정부는 다양한 인디 지원 사업을 시행해 왔다. 그러나 정부 사업은 보고 결과물 위주로 사업의 성패를 평가했다. 따라서 정부는 인디밴드 지원조차도 청년실업 해소 효과 및 수익성 제고 효과를 주요한 평가 지표로 들이댔다. 인디 기획사 지원에도 사업 결과를 낼 수 있는 몇 곳에 편중된 지원금을 줬다. 인디 기획사들은 정부 지원 사업 유치 경쟁을 벌이느라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는
인디음악을 정확히 정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어원을 살펴봐야 한다. '인디'는 '독립적인'이라는 뜻의 영어단어 ‘Independent’에서 유래했다. 한마디로 인디음악은 독립적인 성향을 지닌 음악이다. 하지만 어떤 대상에 대해 독립적인지가 중요하다. 인디음악이란 대형기획사나 거대 자본에 종속되지 않은 독립적인 음악가 또는 밴드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한 음악을 말한다. 즉, 하나의 장르로 범주화되기보다는 독립적인 자본 유통구조를 통해 생산된 모든 음악을 뜻한다. 인디 뮤지션은 독립적으로 활동하면서 음악적 개성을 마음껏 표출한다. 또 인디음악은 대중음악과 차별화를 두고 대중음악을 벗어난 대안 음악으로 부상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에 소비자는 대중문화의 획일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악을 향유할 수 있다. 여기서 다양함이란 단순히 이 음악도 듣고 저 음악도 듣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기존의 대중음악이 가진 통속성을 탈피한 음악이 새로운 대세로 등극해 왔다. 획일화된 음악은 정체된 음악이고 결국 쇠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실험적인 인디음악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혁신적인 음악이 대중화되면서
제 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포크 노래상’을 수상한 싱어송라이터 ‘이랑’은 수상소감으로 “지난달 수입이 42만원이더라. 음원 수입이 아니라 전체 수입이다. 이번 달에 고맙게도 96만원”이라며 구체적인 수입을 언급했다. 이어 상금이 없어 아쉽다며 자신의 월세 50만원에 트로피를 경매에 붙여 파는 획기적인 수상소감을 벌였다. 이런 퍼포먼스에 예술 시상식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다는 일부 비판적인 견해도 있었지만 명백히 창작 활동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대다수의 인디 아티스트의 현실을 대중들에게 고발하는 의미있는 행위였다. 이에 정부는 인디 뮤지션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시작한 ‘해외 진출 온라인 홍보 지원’ 사업은 인디 음악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인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도움을 주는 원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유명 아이돌이 선정돼 논란이 됐다. 지난 5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코로나19로 인한 공연예술분야긴급지원을 위해 ‘2020년 공연장 대관료 지원 공모’를 했고 선정 단체를 발표했다. 그러나 기존 공지와는 달리 음악 혹은 공연 분야에 선정
온라인 시대가 열리면서 문화의 국경도 허물어지고 있다. 인디 음악도 예외가 아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채널이 다변화되면서 해외 뮤지션 음악을 접할 기회도 많아졌다. 의미가 같은 말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제각기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특히 다른 나라 언어로 표현된 해외 음악에는 이국적인 분위기는 물론 고유의 문화까지 담긴다. 팝으로 익숙한 영어권 음악 외 근접하지만 낯선 아시아 속 인디 음악을 알아본다. (사진=세이프플래닛 인스타그램) ■ 태국 : Safeplanet(세이프플래닛) 태국 인디밴드인 세이프플래닛은 3인조(Yee·Alien·Dio)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데뷔했으며 아시아에서 열리는 각종 인디 뮤직 페스티벌과 라이브 공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단독 라이브 투어에서는 매진 행진을 이어갔다. (사진=세이프플래닛 유튜브) 또 지난해 9월 발표한 ‘Answer’는 현재 유튜브 조회수 2000만회를 상회한다. 감미로운 멜로디에 편안한 음색이 더해져 어떤 분위기에도 잘 어울리는 곡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외에도 ‘Mirror Room’이 1800만회, ‘Carry’
“요새는 취직보다 본인 일 하려고 많이 배워요. 음악하는 사람도 많아요. 코로나 때문에 공연을 못 하니까. 일은 해야 하는데 방법이 뭐 다른 게 있나.” 마포구 소재 컴퓨터학원 강사 김모(42)씨는 지난 5월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이후 ‘유튜브 크리에이터 : 영상편집과정’ 수강생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취업 스펙 확보의 일환으로 자격증 취득을 위해 수강했던 과거 양상과 달리 1인 미디어 유튜브 영상편집을 희망하는 수강생이 늘었다. 그중에는 홍대 인근에서 공연하던 뮤지션도 다수 포함돼 있다. ▉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공연 문화 침체 관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하는 소규모 무대는 인디밴드가 가진 매력 중 하나다. 팬은 가까운 거리에서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공연 문화는 활기를 잃었다. 인디 가수가 포함된 중소레이블은 아이돌이나 인기 가수의 앨범 발매와 달리 대부분 수익이 공연에 집중돼 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무대가 가로막히자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제로’에 가까운 실정이다. 또 자본·기술·팬덤 3박자가 필수적인 유료 ‘온택트(On-tac
서유주 기자 이 밴드의 보컬을 맡고 있는 이자람은 실력 있는 판소리의 대가로 이미 그녀의 가창력은 널리 정평이 나있다. 판소리를 베이스로 한 그녀의 보컬은 이번 곡 <오소리 꽃신>과 잘 맞아 떨어진다. <오소리 꽃신>의 가사는 다소 섬뜩하고 소름끼치기까지 한 우화에서 가져왔다. 오소리에게 공짜로 얻는 꽃신을 신고 발이 그에 맞게 편해지자 원숭이는 더 이상 꽃신 없이는 살 수가 없어 이제는 공짜가 아닌 많은 돈을 주고 비싸게 꽃신을 사게 된다는 우화다. 이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주는 교훈 2개가 있다. 첫째, 편안함에 익숙해져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 둘째는 교활하고 얄밉지만 영리한 장사의 꾀를 알려준다. 둘 중에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간에 이런 우화 속 주제를 가사에 그대로 담고 거기에 멜로디를 입혔다니 독특한 시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아마도이자람밴드 앨범 <오소리 꽃신> 그냥 네게 주는 거야 꽃신 하나만 더 줘 그 꽃신이 필요해 제발 하나만 줘 뭐든 할 테니 그 꽃신만 내게 줘 사랑, 이별 등의 노래는 엄청나게 많다. 물론 이런 감정이 인간의 삶에 빠질 수 없는 주요한 감정이고 어쩌면 삶의 목
█ ‘음반구입’이 아닌 ‘음악재생’의 시대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소지하게 됐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음악은 더 이상 앨범을 직접 구입해서 듣는 시대가 아니다. 스마트폰에서 손쉽게 플레이해 제한없이 듣는다. 또 네트워크를 통해 많은 음악 애호가들이 서로의 취향과 음악에 대한 평가 및 리스트를 공유하고 음악권리사인 뮤지션과도 소통한다. 이런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모든 뮤지션을 위한 모바일 앨범 플랫폼이 생겨났다. ‘플럭서스 뮤직’과 ‘큐박스’가 공동 설립한 ‘바이닐(bainil)’이다. 과거 자본이 들어가야 재작했던 앨범은 모바일 형태로 바이닐에서 제작된다. 간단한 음원 등록 시스템을 통해 쉽게 앨범을 등록 및 제작하고 자신의 음악을 전 세계에 직접 홍보할 수 있다. 이는 창작의 고통보다 더 힘든 앨범의 제작, 홍보, 유통의 장벽을 한 번에 해결해 주는 열쇠인 셈이다. 과거 여러 곡을 정규 앨범 형태로 한 장의 CD에 담아내던 흐름과 달리 지금은 싱글앨범이나 미니앨범의 짧은 순환 주기로 팬들과 자주 접하고 있다. 따라서 팬들에게 새 앨범을 자주 발표해 자신의 음악세계를 더 많이 홍보할 수 있다. 또 CD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가사,
모든 인디문화는 상업적인 주류에서 벗어난 비주류에 근원을 둔다. 또 음악, 미술, 연극을 망라하고 주류보다 창의·실험적이며 반문화적 차별성을 특징으로 한다. 인디뮤직 역시 대형기획사 주도하에 기획되는 스타상품에 반해 그들만의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예술적 문화의 영역을 구축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유로 상업적 성공 확률이 희박하며 인디 뮤지션 개인의 삶 또한 상당수 비참하다. 열악한 음악창작 환경과 활동환경에 생활고까지 겪는다. 2011, '대중문화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 ■실질적이지 못한 지원 정책 문화적으로 인디음악이 지닌 문화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피할 수 없는 궁핍한 삶 때문에 많은 뮤지션이 그들의 예술적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3년 도입된 ‘인디레이블 육성지원사업‘은 2007년도에 폐지돼 제대로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후 2011년 정부가 ‘대중문화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주 1회 정기 인디음악 공연, 인디음악 경연대회 지원, 홍대 클럽의 활성화의 항목이 들어있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 방안은 정부의 양적 수치적 보고서를 위한 탁상공론적 발상에 그쳤다. 정작 인디업계의 창작활동환경
(사진=심현영 기자) 네이버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바이브(VIBE)가 운영하는 ‘뮤지션리그’가 인디음악계 구세주가 되고 있다. 뮤지션리그는 음악 창작자를 위한 공간으로,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앨범 발매 여부도 무관하다. 이는 주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의 행태와 현격히 대조되는 행보다. 음반 위주 음악 산업이 음원 시장으로 바뀌면서 뮤지션보다는 음원사이트가 돈을 버는 시대가 됐다. 과거에는 음악을 ‘소장’했다면 오늘날은 ‘소비’의 시대다. 음반이 음원으로 바뀌면서 음악 시장은 급변했고 소비자의 소비형태도 달라졌다. 소비자는 더이상 CD, 테이프 등 피지컬 앨범으로 음악을 듣지 않는다. 오늘날 대부분의 음악감상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특정 곡이 주요 음원사이트에 오르기까지 거쳐야 하는 단계다. 실제 음악을 만든 제작자·뮤지션을 일컫는 ‘음원권리사’가 주요 음원 서비스업체에 곡을 등록·발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음원 유통사를 거쳐야 한다. 이는 예외가 없다. 음원 공급을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 유통업체나 음원기획사와 계약해야 한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로 인해 음원권리사는 부당한 수익분배에 속수무책으로 당
최근 몇 년 사이 인디 음악이 베트남 음악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다. 젊은 층 사이에서 음악 공유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리스너들은 유튜브, 사운드 클라우드, 스포티파이 등에서 쉽게 인디 음악을 찾아 즐길 수 있으며, 인디 뮤지션들은 길거리 연주는 물론, 공연을 위해 마련된 장소들도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휴양지라는 이미지때문에 잔잔하고 시시한 노래가 가득할 것만 같은 베트남의 음악 시장을 뒤집어 놓은 인디 밴드를 소개한다. (사진=구글이미지) ■ Ngọt 팝 밴드 Ngọt은 2014년 하노이에서 결성된 4인조 밴드다. ‘달다’라는 뜻을 가진 Ngọt은 비틀스의 팝과 프랑스 왈츠 음악, 집시 재즈와 같은 다양한 장르를 인디 팝 노래에 추가하면서 계속 진화하고 있다. 2015년 발표한 첫 번째 앨범은 팬들의 기부금으로 만든 셀프 앨범으로 4일 만에 1,000장이 팔렸으며, 2018년에는 인디 밴드로는 처음으로 베트남의 명문 음악상 Dedication Music Awards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신인 아티스트 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하노이, 다낭, 호찌민 등에서 콘서트를 열어 매진을 이뤄냈다. 2019년 Ngọt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