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의 기회균등] K팝 공연장에 7천억.."텅 빈 공연장 두고 신축? 인디는 배제"

"기존 공연장도 도산위기, 신축 이유 없어"
실효성 없는 문화정책 탁상행정 '여전'
"미운놈 떡은 커녕 콩고물도 없다" 죽어나는 인디업계는 관심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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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인디업계가 휘청이다 못해 붕괴하고 있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문화사업은 여전히 탁상행정에 가깝다.


최근 인디밴드 ‘청춘학개론’ 멤버 조융은 향년 26세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몇 달간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유명을 달리한 날도 밤을 새워 일한 뒤였다. 오토바이로 퇴근하던 귀갓길, 트럭에 부딪히는 추돌사고를 당했다. 꽃다운 청춘을 앗아간 비극의 시작은 생계를 위협하는 인디업계 수익구조다.


이는 조융의 일만이 아니다. 실제 많은 인디뮤지션이 코로나 이후 택배·물류센터·대리운전·배달 라이더 등 한시적인 노동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정부 지원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역경 속에서 인디음악계는 붕괴될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는 최근 온라인 K팝 공연장을 만든다고 밝혔다. K팝을 기반으로 한류를 확산한다는 취지다. 여기에는 글로벌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첫 유료 온라인 콘서트인 ‘방방콘 더 라이브(The Live)’의 성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방방콘은 전 세계107개 지역에서 총 75만명이 관람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또 BTS는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유례없는 한류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이번 온라인 K팝 공연장 구축 사업인 ‘K+X’를 통해 방방콘과 같은 성공사례를 다른 가수들에게도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배정된 예산은 지난 4876억원에서 42.7% 증액된 6961억원 규모다. 그만큼 강한 의지가 담겼다. 코로나19로 인한 ‘온택트(온라인+언택트)’ 패러다임을 구축하겠다는 정책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K팝 공연장에는 청중이 집에서도 콘서트에 온 것처럼 생생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특수 스튜디오와 장비가 마련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처럼 대대적인 K팝 지원책에서 인디뮤지션은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또 K+X 사업 자체가 ‘공연장’의 실효성에 대해 심층적인 고민을 거친 뒤 기획됐는지 의문이다. 온라인 비대면 공연이 개최되지 못하는 이유는 공연장이 없어서가 아니라 관람 수요가 적어서다. 


즉, 장소가 아니라 수지타산이 문제다. 관객을 잃어 텅텅 비어 있는 홍대 인근의 공연장들은 도산 직전까지 몰렸다. 인디 문화예술의 산실이자 최장수 홍대 클럽인 명월관도 폐업을 결정했다. 


이런 마당에 700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들여 새 공연장을 짓는 게 과연 K팝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당연히 인디업계는 사업성을 논하기도 전에 배제됐다. 


정부는 예산 집행 전에 텅 빈 채 코로나의 종식만 바라보는 공연장을 활용할 방안부터 생각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 신사업에 수반될 예산이 K팝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디업계에도 닿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탄소년단도 데뷔하자마자 월드스타였던 게 아니다. 오히려 방송에 얼굴 한 번 비추기도 어려운 중소기획사에서 시작했다. 방탄소년단이 코로나 이후에 나왔다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발굴하지 못한 ‘숨은 원석’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의 문화 정책은 원석 발굴에 적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원석을 폐기하기 바쁘다. 문화의 가치는 다양성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한류스타의 탄생과 K팝의 확산은 재능있는 아티스트에게 열린 기회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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