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음악(Independent music·indie)을 뜻하는 ‘인디’는 독자적인 방법으로 음반 제작부터 유통, 홍보까지 진행하는 뮤지션의 음악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인디 음악과 언더그라운드 또는 비주류 음악의 경계가 모호해 용어를 혼동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알고 보면 국내에는 사실상 인디 음악이 전무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인디라며 활동하지만 사실상 메이저의 ‘아류’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본래 인디와는 달리 음반 제작 방식이며 유통, 홍보에 이르기까지 독자적인 방법이란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음원 시장의 유통구조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과거 CD시대 등 음반 시대를 지나 음원으로 대체되면서 대중들은 음원 공급 플랫폼에 가입해 스트리밍, 다운로드 형태로 음악을 감상한다. 소비자는 결제만 하면 원하는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지만 공급 과정의 이면에는 다소 복잡한 유통 구조가 얽혀있다. 음원 공급 과정을 살펴보면 ‘음원 권리사’, ‘음원 유통사’, ‘음원 서비스업체’ 경로를 거쳐 제작자에서 소비자로 연결된다. 즉, 음원이 작곡자에서 리스너에게 도달하는 과정에 반드시 유통사가 붙는 구조다. 이런 음원 유통사의 주된 수입원은 중간 수수료기 때문에 ‘
김효정 기자 스스로가 환경을 노래하는 뮤지션이라고 규정하고 환경을 사랑하는 인디 싱어송라이터 정욱재가 튠(TUNE)이란 이름으로 싱글앨범 <sAn>을 발표했다. 정욱재는 ‘노리플라이’ 멤버로 듀오 활동과 동시에 멤버 각자의 솔로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튠(TUNE)이란 프로젝트 명으로 환경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음반 활동을 진행한다. 솔루션스 소속 뮤지션 박솔이 보컬피쳐링으로 참여, 정욱재와 시너지 넘치는 하모니를 만들어 냈다. 튠의 이번 앨범 <sAn>은 다양한 자연 소재 중 산에 대한 노래다. 산을 오르고 내리는 인생에 비유해 절망에 빠진 현시대를 사는 젊은이에게 희망과 용기, 따뜻한 격려를 건넨다. 도입부는 어쿠스틱 연주, 잔잔한 스트링 편곡으로 시작하며 산을 막 오르기 시작하는 느낌을 표현한다. 막 오르기 시작했지만 지쳐오는 패배의 초반 느낌을 전달하는 듯하다. 중반부를 지나 후반부로 갈수록 삶이 버겁고 포기하고 싶어지는 좌절감을 가사가 명백하게 전달한다. 하지만 점점 화려해지는 연주가 힘을 내라고 외친다. 초반 단아한 음색부터 화려한 세션이 합주를 이루는 후반부까지 산을 오르는 우리의 힘겨운 인생을 표현한다. 멜로디와
다양한 재능을 겸비한 싱어송라이터 홍이삭의 EP앨범인 <놓치고 싶지 않은 사소한 것들>에는 ‘Let's Be Friends’, ’별 같아서‘, ’소년’, ‘잠 unplugged(cd only)’ 등이 수록돼 있다. 수줍은 듯한 절제된 매력,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조화롭고 자연스럽다. 일상의 사소한 감성과 디테일, 그리고 편안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정서를 다루는 스킬은 분명히 독보적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터치하며 마음에 와 닿을 정도의 진심이 느껴지는 멜로디가 가슴에 와서 그대로 저장된다. 편안해지는 목소리와 환상적으로 어울리는 곡의 구성과 앨범의 전개가 홍이삭의 정체성을 정의하기에 충분하다. 겹겹이 쌓아 올린 듯한 포근함이 느껴지는 독보적 보이스와 발성법이 서서히 그의 음악으로 녹아들게 하고 다음 트랙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증폭시킨다. 질리지 않는 지속적으로 리스너들의 마음 두드리는 노래들이다. 듣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의 음악 세계가 꽃향기처럼 천천히 퍼져서 전달된다. 가볍고 조용한 듯 차분한 보이스지만 그 볼륨만큼은 남다르다. 그래서 이 곡을 듣고 있자면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될 거 같다. 하루의 지친
하루의 시작을 여는 바쁜 직장인의 출근길, 시작부터 고되기 짝이 없다. 사무실을 향하는 여정만으로도 지쳐버린다. 이럴 때 음악만큼 효과적인 치료제가 또 있을까.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한 지옥철 속이든 인파로 북적이는 인도 위에서든 클랙슨(경음기) 소리에 짜증이 솟구치는 도로에서든 ‘힐링’이 필요하다. 묵직한 추를 매단 듯 무거운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줄 인디음악, 뭐가 있을까. 후추스 (사진=지니뮤직) ■ 독보적인 퍼포먼스 후추스 <무한대> 원맨밴드 후추스는 지난 2013년 CJ문화재단 튠업 뮤지션 13기에 뽑혀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 발매한 정규 2집 <너의 일부>에는 애리, 프롬 등 동료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수록곡 ‘무한대’는 은밀한 모험같은 사랑의 시작을 담은 곡이다. 경쾌한 리듬이 리스너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잔잔하게 시작해 점점 발랄한 감성으로 이어지는 멜로디가 발걸음이 가볍게 만든다. 그대와 난 둘이 길고 긴 어둠을 지나낯선 정원의 태양 그 아래 드러누워요 그대의 입김은 (후-) 시린 가슴을 녹이고반짝이던 비밀의 숲에 은밀하게 새겨진 건 난 더 느끼고 싶어요 천천히 다가와 줘요순간을 놓치기 싫어요우
IMF 사태로 인해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인디음악은 디지털 시대인 2000년대로 넘어오게 된다. 2000년대에는 컴퓨터공학의 발전으로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녹음을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뮤지션들은 자신의 음악을 대중에게 알릴 기회가 많아졌다. ▉ 인디음악의 위기를 가져온 ‘카우치 사건’ 대중에게 조금씩 인지도를 쌓아가며 인디음악이 자리를 잡을 때쯤, 그 흐름에 제동을 거는 사건이 발생한다. 2005년 MBC 생방송 ‘음악캠프’에서 인디밴드 ‘카우치와 스파이키 브랫츠’라는 인디밴드가 성기 노출을 한 일명 ‘카우치 사건’이다. 당시 인디밴드는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기가 어려웠는데, 인디음악의 좋은 점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어 생소한 인디뮤지션을 소개하는 코너를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모처럼 만든 인디밴드 도약의 장에서 카우치는 재를 뿌리고 만다. 그의 노출 장면은 전국적으로 생방송되며 역대급 방송사고로 물의를 빚었다. 이 사건으로 지상파 방송국 3사에서는 인디밴드 출연을 금지시켰고, 노출사건과 관련해 공연 팀들을 조사했다. 퇴폐 공연과 불법 공연을 하는 곳을 점검하고 홍대 라이브 클럽을 중점으로 수사를 확대하라는 방침을 발표해 경찰 단속을 대대적으로
김효정 기자 대체불가 인디 밴드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아도이(ADOY)가 선보인 신보 <VIVID>를 주목하자. <VIVID>는 '느낌을 제대로 아는' 커머셜 인디밴드 아도이의 첫 정규앨범이다. 수록곡은 전체적으로 그들 특유의 신선한 청량감이 가득한 곡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신스팝이나 시티팝의 전형적인 특징인 친숙한 멜로디와 비트를 앞세우고 거기에 편안하지만 의미 있는 가사를 덧붙였다. 이에 분위기 있는 드라이브를 원할 때 듣기 그만이다. 한 번만 들어도 아도이 특유의 감성을 자극하는 신스팝이 귓가에 맴돌게 된다. 친근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이번 곡들은 마냥 편하게만 들리지는 않는다. 왠지 툭 던지는 듯한 화법의 음색과 가사는 가벼운 듯 하면서도 무겁고, 아는 듯하면서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지만 아주 낯설지는 않은' 느낌을 전달한다. 기존 아도이 팬덤에게는 익숙한 펑키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느낌을 제대로 살린 곡 ‘LEMON’으로 1번 트랙이 시작된다. 2번 트랙은 특별히 우원재가 피쳐링, 중독성 있는 루프가 인상적이다. (사진 = ADOY앨범 <VIVID>) I got time to wait I got l
싱글앨범 <그녀> 는 '사랑'을 노래하는 민수와 '우리'를 노래하는 윤지영의 첫 번째 콜라보다.2 이 곡은 힘을 빼고 담담하게 읊조리듯 말하는 민수와 윤지영의 음색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어, 무한 반복해서 듣고 싶어지는 기분이 든다. 그냥 좋아서 계속 듣는 노래, 왠지 나에게 용기를 주는 노래, 무어라 정의 내릴 순 없지만 내 존재 그 자체가 소중하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은 노래, 이런 느낌이 바로 민수와 윤지영의 첫 콜라보 싱글 앨범 <그녀>다. 시적 감흥이 충분한 가사는 한줄 한줄이 모두 리스너들의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마치 내가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따뜻한 한마디를 이 음악을 통해 듣는 듯하다. 가사들의 의미는 단순히 보여지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들을 때마다 그 함축적 의미가 인상적으로 마음에 다가온다. 예쁘고 단순한 가사지만 그 내면에는 깊은 고뇌와 철학의 진정성이 숨 쉬고 있어 나도 모르게 생각에 잠긴다. 모두 같진 않아 있는 그대로를 봐봐 너의 작은 마음에 나를 가두지 마 모두 같진 않아 있는 그대로를 봐봐 너의 작은 마음에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피아노 선율의 멜로디 라인은 온기를 담기에 충분하다
캐나다 출신 래퍼 네임 UL(NAME UL)은 정밀한 리듬감과 비트, 성숙한 스토리텔링으로 예술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그의 가사는 폭음에 대한 걱정을 드러내거나 명성과 새로운 환경을 탐구하는 등 이색적이다. 이는 리스너에게 음악을 깊게 청취하면서 고민할 기회를 안겨주기도 한다. 네임 UL의 비트는 다소 희박하고 억압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혹평이 아닌 새로운 시도로써의 긍정적인 평가다. 그가 정제된 비트로 랩을 만드는 이유는 스스로의 마음 상태를 대변하기 위해서다. 네임 UL은 생존에 대한 고찰과 본능에 대한 망각을 주제로 다룬다. 이는 정제된 리듬과 곡의 흐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의 대표곡 ’텅 투게더(Tongue Together)‘는 고된 일상에 순응하는 본성을 비탄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인간의 사회적 무관심도 다룬다. 네임 UL은 주어진 것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 예술가의 삶을 음악 코드로 풀어 전개한다. 네임 UL의 음악은 '내가 필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다'라는 명제를 내세운다. 이는 그의 음악세계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반사적인 개념이다. 빼곡하고 조밀하게 진행되는 리듬감은 전형적인 직장생활의 치열한 경쟁 속 불안감을 드러낸다. 겉으
여성의 경우 직업 앞에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젠더의식의 부재는 여전히 만연하다. 인디신에서도 유독 여성 인디 뮤지션에게는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왔다. 남성 뮤지션은 ‘남성 뮤지션’이라 부르지 않는데 왜 여성 뮤지션만 ‘여성 뮤지션’,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사실을 강조하는지 의구심을 품어봤다면 독립 음악 산업 구조 속 소비되는 여성의 이미지를 유추해볼 수 있다. 특히 10여 년간 사용돼 온 ‘홍대 여신’은 인디신 내 여성의 입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수식어다. 이는 뮤지션의 다양한 모습과 전문적인 음악성을 ‘여신’이라는 외적 평가요소로 압축한 전형적인 대상화다. 이런 입지를 타개하기 위해 뮤지션과 그 음악 자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에 라온미디어는 인디 뮤지션 중에서도 여성을, 그중에서도 음악성을 조명하는 별도 섹션을 마련하고 실력파 뮤지션을 발굴한다. [편집자주] ‘일렉트로닉 뮤직’이란 신디사이저, 드럼머신 등 전자 악기를 주로 사용해 고유한 패턴을 변형시키면서 반복하는 음악을 묶어 이르는 말이다. 어쿠스틱 악기에 익숙했던 대중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다. 또 대부분 리스너에게 일렉트로닉은 굵직하고 직선적이며 날카롭게 귀에 꽂히는 음악이라는
시대가 변하면서 다양하고 새로운 매체가 활성화됐다. 그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은 자본과 전문시설이 부족한 인디음악의 홍보 시스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과거 인디뮤지션 1세대는 전봇대에 포스터를 붙이는 정도가 홍보의 전부였다. 현재는 인디뮤지션들 뿐만 아니라 주류 기획사도 대중성 확보를 위해 온라인과 모바일상 SNS 경로를 통한 상호적이고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벌인다. █ 대중성 확보를 위한 SNS 홍보마케팅 당초 고전적인 매체를 통한 홍보는 인디뮤지션에게 그림의 떡에 가까웠다. '자본'이라는 1차원적 장벽이 가로막았기 때문. 오늘날 온라인 기술력의 가파른 발전이 있고 나서야 이들에게 홍보라는 비좁은 문을 통과하는 프리패스권이 생겼다. SNS 기술 발전은 많은 인디 뮤지션이 자신의 음악을 손쉽게 세상에 알리도록 했다. SNS는 이용자 관계망 속에서 소비자와 생산자를 밀접하게 엮어 상호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미디어다. 인터넷망만 있다면 자유롭게 자신의 음악을 공개하고, 리스너와 뮤지션이 소통하며 시장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알 수 있다. █ 전 세계 인구 45%가 사용하는 SNS 미 시장분석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현재 약 34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