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의 기회균등] "음악계도 적폐있다"..‘음원 사재기’로 훼손된 공정성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1990년대 레코드숍에서 테이프, LP를 구매하던 ‘소유의 시대’는 과거가 됐다. 지금은 온라인 음원 플랫폼에 일정 금액을 내고 무한대로 음악을 듣는 ‘소비의 시대’다.


지난 2009년 ‘멜론’을 시작으로 ‘벅스’, ‘지니뮤직’ 등 다양한 음원 스티리밍 플랫폼이 등장했다. 이 같은 업계 패러다임 변화에 소비자 편리성은 높아졌지만 부작용도 뒤따랐다. ‘음원 사재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음원 사재기란 멜론·벅스·지니 뮤직 등 주요 음원 사이트 차트에 특정 음원을 인위적으로 반복 재생해 상위권에 노출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아이돌의 팬덤에서 일명 ‘총공(총공격)’, ‘숨밍(숨 쉬듯 스트리밍)’ 등 자발적으로 순수한 취지로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을 많이 구매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음원 사재기를 전문적으로 기획하는 브로커집단이 음원 시장에 개입돼 음원 순위에 불공정한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며 형평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한 곡을 상위권 노출 시키기 위해서는 1~3억원 정도가 필요한데 그 방법 또한 다양하다. 공기계 여러대로 계정 수십만개를 동원해 음원을 24시간 스트리밍을 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며 바이럴 마케팅을 빙자해 페이스북의 여러 페이지에 노래 소개하며 업로드하는 방법도 있다.

 

지난 2016년 NH투자증권이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음원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10~20대 40%는 실시간 차트를 통해 음원을 듣는다고 한다. 이렇듯 실시간 차트의 상위권 노출은 직접적인 홍보 효과와 더불어 음원 수익까지 챙기게 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에 음악인들이라면 누구나 실시간 차트순위권 안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음악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일부 가수들이 유명 아이돌의 신곡을 제치고 상위권에 장기간 유지되면서 음원 사재기 논란이 불거졌고 이에 한 아이돌 가수가 자신의 SNS에 쓴 “특정 가수처럼 나도 사재기를 하고 싶다”는 저격 글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음원 사재기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이미 오래전부터 음악 시장에는 음원 사재기가 존재했다. 지난 2013년 국내 대형 기획사 JYP, SM 등은 음원 사재기 행위를 조사해달라며 고발장을 제출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일단락됐으며 2015년에는 JTBC가 음원 사재기 실태에 대해 보도하기도 했다.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2018년 앨범을 발표했을 당시 브로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수익을 8대 2로 나누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외에 타이거JK, 이승환, 박진영 등 유명 가수들도 음원 사재기는 존재한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이 같은 음원 사재기는 국가에서 규정한 ‘음악산업 진흥 법률 제26조’에 명백히 위배되는 행위다. 동시에 공정사회라면 근절해야 할 사회악(惡)이다. 막대한 자금력만을 가진 일부에게 우선권이 주어져 실력만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1인·소자본 아티스트들이 도전할 기회마저 박탈한다. 이는 불평등·불공정시장 구조의 적나라한 단면이며 절멸해야 할 불법 수단이다.


이를 척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플로’는 음악 플랫폼 중 가장 먼저 3월부터 ‘실시간 차트’를 아예 없앴다. 멜론 또한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고 ‘24시간 힛트 송’ 등의 차트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유저 개개인의 취향을 반영하여 만든 ‘장르 핫트랙’, ‘시대별 차트’, ‘멜론 DJ 인기곡’, ‘검색 인기곡’ 주제별로 다각화해 제공한다. 


백석예술대 공연기획연출과 이은미 교수는 “국내 사용자들은 차트 중심으로 음악을 듣는 경향이 많은 편”이라며 “개인별 취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서비스도 다양해지면서 사용자들의 음원 소비 패턴도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이어 “과연 음악적 취향과 경험을 존중하는 서비스가 공정성이 훼손된 음원 시장의 불합리를 바로잡을지는 두고 봐야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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