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임금 격차 OECD 최대, 폭력은 평균의 두 배"…한국 여성의 30년

OECD '한국의 포용적·지속가능한 삶의 질' 보고서 발표
한국의 OECD 가입 30년 성과 평가

 

한국이 OECD에 가입한 지 올해로 30년이 됐다. 기대수명, 교육 수준, 아동 빈곤율 등 여러 지표에서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OECD가 최근 발표한 '한국의 포용적·지속가능한 삶의 질(Inclusive and Sustainable Well‑being in Korea)' 보고서는 그 성과의 이면에서 오랫동안 좁혀지지 않은 균열 하나를 짚는다. 한국 여성의 삶이다. 보고서가 나열한 숫자들은 서로 무관한 지표가 아니다. 20대 취업, 30대 경력 단절, 중년의 임금 격차, 그리고 폭력의 위험까지 한 사람의 생애를 그리듯 보여준다.

 

한국의 OECD 가입 30년 성과를 평가하며 작성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고용률은 20대에 남성과 비슷하거나 높다. 그런데 30대에 접어들면 급격히 내려앉는다. 결혼과 출산을 계기로 직장을 떠나는 여성이 많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를 'M자형 고용 패턴'으로 설명한다. 30대 초반의 성별 고용 격차는 26%포인트로, OECD 국가 중 가장 큰 수준이다. 전체 여성 고용률 역시 여전히 OECD 평균(18%포인트)을 밑돈다.

 

보고서는 이 패턴이 저출산의 핵심 요인 중 하나라고 본다. 육아와 경력을 함께 가져가기 어려운 구조가 여성에게 사실상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을 떠난 여성의 시간이 어디로 가는지는 수치가 말해준다. 2014년 생활시간조사 기준, 한국 여성은 하루 3시간 30분 이상을 가사와 육아 등 무급 노동에 쏟는다. 같은 시간 남성은 49분에 그친다. 성별 격차만 따지면 약 3시간으로, OECD 평균 격차인 2시간을 넘어선다. 반대로 남성은 여성보다 유급 노동에 하루 2.5시간을 더 투입하는데, 이 역시 OECD 평균(1.6시간)을 크게 웃돈다.

 

일을 이어가는 여성도 남성과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29%로 OECD 국가 중 가장 크다. OECD 평균 11%의 거의 세 배 수준이다. 같은 시간 일해도 여성은 남성이 버는 돈의 71%를 받는다는 뜻이다.

 

이 격차를 떠받치는 것은 제도만이 아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자리가 부족할 때 남성이 우선권을 가져야 한다"라는 데 한국 남성의 59%, 여성의 47%가 동의했다. OECD 평균은 남성 18%, 여성 13%로, 한국의 수치는 평균의 3~4배에 달한다. 보고서는 이 같은 인식이 임금 격차를 구조적으로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임금 격차는 권한 부재와 맞닿아 있다. 2025년 기준 한국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20%로, OECD 평균 34%를 한참 밑돈다. 2002년 6%에서 꾸준히 올라온 수치지만 여전히 하위권이다. 보고서는 공공·민간 부문 모두에서 여성 할당 추가 확대, 반차별 조치 강화, 임금 공시 의무화 등을 권고했다.

 

보고서는 안전 문제도 짚는다. 2018년 기준 15세 이상 한국 여성의 약 9%가 친밀한 파트너로부터 신체적·성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OECD 평균 4%의 두 배가 넘는다. 15~49세로 좁혀봐도 8%로, OECD 평균 5%를 웃돈다. 보고서는 디지털·온라인 플랫폼이 여성·남성·아동 모두에게 새로운 형태의 성별 기반 폭력과 괴롭힘의 위험을 만들어내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수치들이 서로 독립된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고용, 임금, 가사, 안전까지 한국 여성의 삶을 옥죄는 요인들이 서로 맞물려 있다는 것이 OECD의 시각이다. 어릴 때 학교에서 형성된 성 역할 고정관념이 노동시장의 차별로 이어지고, 경제적 불평등이 가정 안의 권력 불균형을 심화시키며, 그것이 다시 폭력의 위험으로 귀결되는 연쇄 구조다.

 

보고서는 학교 기반 성 역할 교육, 직장 내 반차별 조치 강화, 성별 기반 폭력에 대한 법 개혁과 사회 인식 제고 등을 주요 권고 사항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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