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장애인 고용 의무 채우기 바빴는데…이제는 직무 개발로 간다

 

금융투자업계의 장애인 고용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법정 의무고용률을 맞추는 데 급급하던 과거와 달리 장애인의 역량에 맞는 직무를 직접 설계하고 실질적인 업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단순히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안에서 실제로 기여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는 28일 고용노동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증권사 22곳, 자산운용사 9곳이 참여한 가운데 '금융투자업계 장애인 고용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3월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주요 금융협회가 체결한 업무협약의 후속 조치로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업계의 우수 고용 사례를 공유하고,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주목받은 것은 단순 배치를 넘어선 직무 설계 사례들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SK행복나눔재단과 협업해 역량 있는 청년 장애인 7명을 채용하고, 본사 전광판 디자인, 모바일 UI 제작, 영업지원 업무 등 실무 중심의 역할을 부여했다. 외주를 맡기던 업무를 내부 장애인 직원이 직접 수행하는 구조로, 실질적인 업무지원 효과도 확인했다고 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임직원 어학 교육과 연계한 '어학강의 보조' 직무를 새로 만들었다. 7명의 장애인이 화상 영어 수업의 출석 모니터링, 수강생 반응 파악, 질의응답 데이터 기록 등을 담당하며 교육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에 없던 직무를 업무 흐름 안에서 발굴해낸 사례로 꼽힌다.

 

유진투자증권은 미술에 관심 있는 발달장애인 9명을 직접 채용해 디자이너 직무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디자이너 직원과 함께 미술 작품 봉사활동, 굿즈 제작, 작품 전시회 개최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경력을 쌓고 있다.

 

KB증권은 한국철도공사,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손잡고 역사 내 유휴공간에 네일케어 부스를 설치하는 '섬섬옥수'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영등포역·오송역·동탄역 3곳에서 중증 여성 장애인 14명이 근무하고 있다.

 

간담회에서는 성과 공유뿐 아니라 현장의 어려움도 솔직하게 나왔다. 장애인 고용에 나서려 해도 적합한 직무를 찾기 어렵고, 채용 이후 지속적인 관리·지원 체계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이에 대응해 업계 맞춤형 직무 개발 컨설팅과 고용 지원사업을 소개하고,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금감원은 "이번 간담회가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장벽 없는 고용 문화가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금감원과 금투협은 고용노동부,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협업해 금융투자업계의 장애인 고용이 실질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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