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퇴직연금을 받기 시작한 사람 10명 중 8명이 한꺼번에 목돈으로 빼 간 것으로 나타났다. 평생 부어온 노후 자금이 은퇴 첫해에 통장 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는데, 정작 '평생소득' 역할을 해야 할 퇴직연금은 '퇴직 일시금'에 머물러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14일 금감원 대강당에서 퇴직연금 사업자들을 모아놓고 '퇴직연금의 장수리스크 대응 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긴 마당에 퇴직연금이 노후를 떠받칠 수 있는지 다시 들여다보자는 자리였다. 통계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2025년 한 해 퇴직연금 수급을 시작한 60만 1000명 중 50만 2000명(83.5%)이 일시금을 골랐다. 연금으로 나눠 받기로 한 사람은 9만 9000명, 16.5%에 불과했다. 연금을 택한 사람들도 길게 가져가지 않았다. 연금 수급자의 82%가 10년 이하 단기 연금을 선택했다. 5년 이하 17.5%, 5~10년 64.3%. 10~20년이 15.9%, 20년 넘게 받겠다고 한 사람은 2.3%가 전부다. 평균 수명은 계속 늘어나는데, 연금은 10년이면 바닥난다. 연금저축 쪽도 사정이 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가 27일 상장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하루 2배로 따라가는 상품으로, 사전교육에만 4만명 이상이 몰렸다. 미래에셋증권은 상장 직후 최대 5조 3000억원 유입을 점친다. 상품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그만큼 뜨겁다. 하지만 차분히 들여다봐야 할 대목도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미래에셋·한국투자·KB·신한·한화·키움·하나 등 8개 운용사는 오는 2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을 일제히 내놓는다. 대부분 상승 2배에 베팅하지만 신한과 한화는 하락 2배 '곱버스'로 차별화한다. 당초 22일 상장 예정이었지만 국민성장펀드 판매와 겹치면서 일정이 밀렸다. 국내에는 처음 등장하는 상품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자리 잡았다. 홍콩에 상장된 SK하이닉스 2배 ETF는 상장 8개월 만에 세계 1위에 올랐고, 누적수익률은 +756%에 달한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실제 주가 상승률은 299%였다. 단순 2배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나온 셈인데, 상승장이 길게 이어진 덕분이다. 숫자만 보면 사고 싶어진다. 정말 그럴까. 레버리지는 '하루 단위'로만 2배를 추종한다. 며칠만 지나도 누적효과가 생기는데, 상승
대부업체를 겨냥한 해킹이 잇따르면서 고객정보 유출 피해가 확산하자 금융감독원이 업계 상위 20개사 최고경영자(CEO)를 한자리에 불러 보안 강화를 강하게 압박했다. 금감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김형원 민생금융 담당 부원장보 주재로 대부업체 CEO 간담회를 열고, 대부업권이 신용정보법상 보안대책 수립 의무가 있는데도 정보보안 인프라 투자를 소홀히 해 해킹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간담회에는 대부금융협회 임원과 금융보안원 관계자도 자리했다. 사고가 본격화한 것은 지난 3월이었다. 작년 말 대출잔액 기준 22위 B사와 43위 A사가 잇달아 해커에게 뚫렸다. 중·상위권 업체가 연이어 당하면서 업계 전반이 술렁였다. 침투 경로는 허무할 정도였다. 직원이 업무용 PC로 외부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이 악성코드에 감염됐고, 해커는 이 PC를 발판 삼아 데이터베이스(DB)와 업무시스템에 파고들었다. 방화벽 등 접근통제가 허술했던 업체는 그대로 무너졌다. 피해는 한 차례로 끝나지 않았다. 해커들은 빼낸 정보를 들고 추가 범죄에 나섰다.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에 정보를 매물로 올리는가 하면, "언론에 흘리겠다"라며 업체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 했다. 일부는 대부업체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한국의 재정·통화 정책 지형도를 한꺼번에 흔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와 내년 법인세수가 각각 121조원, 224조원으로 폭증해 정부가 110조원 규모의 추가 재정 지출에 나서고, 한국은행은 이로 인한 경기 과열을 식히기 위해 내년 4월까지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려 최종금리 연 3.5%에 도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진욱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3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총 법인세수가 121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85조원)보다 42% 늘어난 규모다. 내년에는 224조원까지 불어나 2년 만에 2.6배로 뛴다는 전망이다. 두둑해진 곳간을 발판 삼아 정부가 올해 하반기 20조원, 내년 90조원 규모의 추가 재정 지출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그 결과 성장률 전망은 올해 3.0%, 내년 2.8%로 한 단계씩 올라간다. ◆ 반도체 메모리 영업이익, 91조→759조세수 폭증의 진앙은 메모리 반도체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메모리 수요를 끌어올렸고, 공급은 빠듯하다. 씨티 주식 리서치팀은 한국 메모리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91조원에서 올해 582조원, 내년 759조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산했다. AI 토큰 수
생명보험협회와 22개 생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 모여 '소비자와의 다섯 가지 약속'을 내놨다. 금융업권 처음으로 마련된 '약속의 날(Promise Day)' 행사다. 김철주 생보협회장과 전 회원사 CEO가 공동 결의문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결의문을 한 줄씩 뜯어보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약속의 상당수가 이미 시행 중이거나 법으로 정해진 사항과 겹친다. 발표된 다섯 가지 약속은 △의사결정의 소비자 기준 전환 △불완전판매 상품 판매 금지 △건전한 판매질서 확립 △보험금 지급 지연 방지 △취약계층 보험 접근성 확대다. 첫 번째 약속에 들어간 '소비자보호 전담조직과 책임자(CCO) 역할 강화'부터 그렇다. 2021년 3월 25일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은 이미 금융회사에 CCO 선임과 금융소비자보호 내부통제위원회 운영을 의무화했다. 내부통제기준 관련 조문은 같은 해 9월 25일부터 적용됐다. 보험사들이 이 틀 안에서 영업해온 지 4년이 넘는다. '어려운 약관과 안내자료를 쉽고 명확하게 바꾸겠다'는 두 번째 약속도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금감원은 매년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를 실시해 결과를 공개해왔고, 협회 차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이 신용등급별 대출금리 산정 체계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저신용자라고 해서 고금리를 적용하는 게 맞는지 살펴보겠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기업은행이 저신용 차주에 적용하고 있는 금리는 어느 수준일까. 13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1~3월 신규 취급된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5.44%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5.35%)·우리은행(5.35%)보다 높았고, 하나은행(4.74%)·신한은행(4.40%)과는 격차가 더 컸다. 주요 4대 시중은행과 비교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장 낮은 신한은행과의 차이는 1.04%포인트였다. 신용등급별로 보면 격차는 더 분명해진다. 신용 1~3등급 우량 차주의 경우 기업은행 금리는 4.07%로, 신한은행(3.31%)과 우리은행(3.55%), 국민은행(3.73%)보다는 높지만 하나은행(4.81%)보다는 낮았다. 우량 등급에서는 중간 수준이다. 문제는 신용도가 떨어질수록 금리 차가 커진다는 점이다. 4등급으로 내려가면 기업은행은 5.38%를 적용했다. 신한은행(3.70%)보다 1.68%포인트 높고, 하나은행(4.14%)과 우리은행(4.18%)보다도 1.2%포인트 이상 비쌌다.
올해 1분기 보험 '갈아타기' 관련 민원이 211건으로 직전 분기보다 54% 늘었다. 설계사가 충분한 설명 없이 기존 보험의 해지부터 권한다면, 본인 실적이나 수수료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금융당국은 경고했다. 금융감독원은 12일 법인보험대리점(GA) 등에서 보험설계사 정착지원금 과다 지급 경쟁으로 보험계약 부당승환 우려가 있다며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배경에는 제도 변화가 있다. 보험판매 1차 연도 수수료를 월 보험료의 12배 이내로 제한하는 '1200%룰'이 오는 7월부터 GA까지 확대 적용된다. 시행을 앞두고 일부 영업조직이 설계사를 끌어오기 위해 정착지원금을 과도하게 얹어주고 있다. 거액을 받고 이직한 설계사는 약속한 실적을 채워야 하고, 그 부담은 기존 고객의 보험을 깨고 새 상품에 가입시키는 부당승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민원 흐름이 심상치 않다. 2023년 1분기 78건이던 부당승환 민원은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해 4분기 137건, 올해 1분기 211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한 분기 만에 74건이 늘어난 수치다. 금감원이 공개한 최근 민원 사례에는 부당승환의 전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A씨는 "보장이 좋아졌다"라는 권유에
증시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막기 위해 저축은행들이 예금금리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12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내용을 지난주와 비교한 결과, 5개 저축은행이 정기예금 20개 상품의 금리를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금리를 내린 곳은 1곳에 그쳤다. 이번 주 인상 흐름의 특징은 한두 상품만 조정한 게 아니라 라인업 전체를 한꺼번에 손봤다는 점이다. 융창·안국·DB저축은행 세 곳이 각각 6개 상품의 금리를 동시에 올렸다. 인상 폭이 가장 컸던 곳은 융창저축은행이다. 'SB톡톡 회전식·e회전식 정기예금'을 연 3.10%에서 3.35%로 0.25%포인트(p) 인상한 것을 비롯해 정기예금 6종을 모두 3.26~3.35% 구간으로 조정했다. 지난 3월 10일 이후 두 달 만의 일괄 인상이다. 안국저축은행도 대면·비대면을 가리지 않고 6개 상품을 3.45~3.57% 수준으로 0.05~0.12%p씩 올렸다. DB저축은행 역시 두 달 반 만에 DreamBig 시리즈를 포함한 6개 상품을 0.13%p씩 인상해 3.25~3.35%로 끌어올렸고, 같은 날 신상품 DB행복열매예금(3.45%) 2종도 새로 내놨다. 이들 외에 조은저축은행이 정기예금(서울본점)을
채권시장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연초만 해도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기대가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부쩍 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한국 기준금리는 당시 2.5%에서 올해 4분기 2.13%까지 1~2회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블룸버그는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 하락 압력이 약해지고 상승 요인이 쌓이는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봤다. 인하 사이클의 끝자락에서 다음 단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가장 주목받은 발언은 한은 안에서 나왔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지난 3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당연직 금융통화위원이 공개적으로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최근 들어 이례적이다. 다만 유 부총재는 곧바로 신중한 단서도 달았다.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지, 얼마나 더 파급될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금리 방향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은행권 시각도 갈린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투자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서 과반
예금보험공사가 MG손해보험의 가교보험사인 예별손해보험의 새 주인 찾기에 다시 나섰다. 예보는 11일 예별손보 인수자 지정을 위한 입찰을 재공고했다. 지난달 16일 진행된 첫 입찰에서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단독 응찰해 유찰됐다. 이번 재입찰에서 한투지주가 다시 인수전에 뛰어들지가 관전 포인트다. 예보는 "유찰 직후부터 잠재 매수자의 인수 의사를 타진했으며 일부 잠재 매수자의 입찰 참여 의향이 확인돼 재공고 입찰 추진을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제한경쟁입찰인 이번 재입찰은 이날부터 오는 6월 30일까지 실시된다. 입찰 참여 의향이 있는 잠재 매수자는 약 7주간 실사를 진행한 후 최종인수제안서를 제출할 수 있다. 실사는 정보이용료 납부 다음 날부터 개시되며, 종료 기한은 6월 26일 오후 5시까지다. 매각주관사는 삼정회계법인이며 최종인수제안서 접수 마감은 6월 30일 오후 3시까지다. 거래 구조는 주식 매각(M&A) 또는 모든 보험계약을 포함한 자산·부채 이전(P&A) 방식이다. 입찰 자격은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보험업법 등 관련 법규에 따른 보험회사 대주주 요건을 갖추고, 국가계약법령상 입찰 참가 자격도 보유해야 한다. 입찰 결과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