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자대학교가 2029년부터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학생들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교육협의회 등에 정확한 통계가 남아있지 않지만, 관련 논문과 문헌 등을 토대로 살펴본 결과 국내 여대는 과거 4년제와 전문대·간호·사범계 단과대학을 포함해 30개가 훨씬 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는 14개만 남아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1946년 남녀 공학 개념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 뒤 1950년을 전후로 여성 고등교육기관의 공학 전환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여대의 변천사와 해외 사례를 살펴봤다.
◇ 첫 여대는 이화여대…1946년 남녀공학 대학도 첫 등장
한국의 첫 여대는 이화여대다. 1886년 미국 북 감리교회의 여성 선교사 메리 스크랜튼이 서울 중구 정동 언덕에 교실을 만들고 여학생 모집에 나섰다.
그해 5월31일 자신의 성(姓)을 김씨라고 밝힌 여성이 영어를 배우겠다고 찾아와 첫 학생이 되었고, 이듬해 2월 고종황제가 '이화학당'이란 명칭을 내렸다. 이화학당은 이후 이화여자전문학교를 거쳐 1946년 8월 종합대학교인 이화여자대학교가 됐다.
남녀공학 대학이 처음 등장한 것도 1946년이다. 한국여성사학회 학술지 '여성과 역사'에 실린 '남녀공학 고등교육의 등장과 교육 기회의 젠더 평등' 논문에 따르면 남녀공학제도는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군정 아래 조선교육심의회가 발족하면서 남녀공학 제도화 논의가 이뤄졌고, 1946년 가을 경성사범학교와 경성여자사범학교가 통합해 첫 남녀공학 대학인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이 만들어졌다. 1946년 8월 연희대학교(현재 연세대학교) 또한 입학 자격을 남자로 국한하던 학칙을 없애고 남녀공학으로 전환, 이듬해 9월 여학생 10여명이 처음으로 입학했다.
1946년 당시 남녀공학 대학이 등장하기 전 여학생이 진학할 수 있는 고등교육기관은 이화여대·중앙여자전문학교·숙명여자전문학교·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 등에 불과했다. 이후 여성은 남자들만 다니던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됐고, 여대가 공학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중앙여자전문학교는 중앙여자대학(1947년)을 거쳐 1948년 5월 남녀공학인 중앙대학(현재 중앙대학교)으로 학칙을 변경했다.
1952년 세워진 근화여자초급대학은 서울여자초급대학(1955년)을 거쳐 1956년 남녀공학인 서울문리사범대학으로 개편됐고, 지금의 명지대학교로 이어졌다.
한국 최초의 여성 의학전문 교육기관인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도 서울여자의과대학(1948년)을 거쳐 1957년 남녀공학인 수도의과대학이 됐다. 이후 종합대학인 우석대(1967년)로 개편됐으나 재정난으로 1971년 고려대에 인수됐다.
조양보육사범학교(1947년)로 시작한 경기여자초급대학(1955년) 또한 1957년 남녀공학 경기초급대학으로 바꾼 뒤 지금의 경기대학교가 됐다.
◇ 학령인구 감소 등 맞물려 90년대 후반부터 공학 전환 잇따라
사회 발전과 함께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늘었지만, 재정난이나 학생 수 확대를 위한 전략적 선택 등으로 공학 전환 사례가 이어졌다.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는 학령인구가 줄면서 생존을 위한 공학 전환 결정이 잇따랐다.
여기에는 이공계 및 남녀공학 선호 현상, 취업난, 젠더 갈등, 페미니즘을 둘러싼 논란도 맞물렸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대학교로 진학하는 여성의 비율(재수생 미포함)은 1970년 28.6%에서 2000년 65.4%, 2010년 80.5%로 증가했다.
2009년 처음으로 여학생 대학 진학률(82.3%)이 남학생(81.5%)을 역전한 뒤 여학생 진학률이 매년 남학생보다 높았다. 작년 기준으로 남학생 대학 진학률은 70.7%, 여학생은 76.7%였다.
1970년대에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여학생 자체가 적었다. 이 때문에 1970년 여성 가운데 대졸 학력자 비율은 1.6%에 그쳤다. 1978년 한성여대와 수도여자사범대학은 각각 남녀공학인 한성대와 세종대로, 1979년에는 청주여자사범대학이 청주사범대학(현재 서원대학교)으로 바뀌었다.
1980년에는 진주여자전문대학·창원여자전문대학·전주우석여자대학이 각각 남녀공학인 진주실업전문대학(한국국제대학교·폐교)·창원경상전문대학(현 창원문성대학교)·전주우석대학(현 우석대학교)이 됐다.
1981년에는 신일여자전문대학이 신일실업전문대학(현 수성대학교), 1983년에는 대구여자전문대학이 대구전문대학(현 대구과학대학교)으로 공학 전환했다.
1990년대는 8개 여대가 공학으로 전환했다. 1992년 선린여자전문대학이 포항선린전문대(현 선린대학교)로, 1994년 성심여자대학교가 가톨릭대학교로, 1995년 효성여자대학교와 대구가톨릭대학교가 통합해 대구효성가톨릭대학교(현 대구가톨릭대학교)가 됐다.
1996년에는 동래여자전문대학·상명여자대학교·경북여자외국어전문대학이 각각 동부산전문대학(동부산대학교·폐교)·상명대학교·경북외국어전문대학(현 영남외국어대학교)로 바뀌었다.
1997년 부산여자대학교가 신라대학교로, 1998년 동주여자실업전문학교가 동주대학(현 부산보건대학교)으로 전환했다.
2000년대에도 3개 대학이 공학으로 바뀌었다. 2005년 전주기전여자대학이 전주기전대학이 됐다. 국군간호사관학교는 2012년부터 남자 생도 입학을 허가해 공학이 됐다.
국내 유일의 이공계 여자대학이었던 한국폴리텍대학 안성캠퍼스도 2015년 공학으로 전환했다.
현재 남은 여대는 4년제인 덕성·동덕·서울·성신·숙명·이화·광주여대와 전문대인 경인·배화·부산·수원·숭의·한양여대·서울여자간호대 등 14개다.
◇ 미국·일본도 여대 급감…학령인구 감소·공학 선호 등 영향
해외에서도 여대가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여대는 1836년 세계 최초의 여대인 웨슬리언을 시작으로 1960년대 약 300개로 늘었다가 작년 기준 30개 미만으로 줄었다.
미국의 여대 인기는 1960년대 후반 미국 남자대학이 여성의 입학을 허용하면서 식기 시작해 1971년까지 여대의 절반이 공학으로 전환하거나 문을 닫았다.
특히 1972년 미국의 수정교육법(Title IX)이 연방 정부 재정지원을 받는 모든 교육 프로그램과 활동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자 단일 성별 대학을 불평등하게 보는 인식이 확대했다.
이후 미국의 여대는 남녀공학 선호 현상과 학령 인구 감소, 대학 진학률 급감으로 급속히 줄었다.
다만, 최근에는 소수만 남은 미국 여대가 여성 엘리트를 양성한다는 이미지로 인기 회복을 노리고 있다.
일본도 학령인구 감소와 이공계 선호 현상으로 여대가 급감하는 중이다. 최근 일본 마이니치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여대 수는 1998년 98곳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올해 66곳으로 30% 줄었다. 현재 남은 일본 여대의 70%는 정원 미달 상태여서 공학 전환이나 폐교할 상황에 놓였다.
일본 최대 규모 여대인 무코가와여대는 2027년부터, 교토코카여대는 2026년부터 공학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중국의 경우 남녀공학이 일반적이어서 여대는 중화여자학원 등 소수만 있다. 유럽에서는 영국의 뉴넘 칼리지 등을 제외하고는 여대를 찾기 힘들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