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민연금 보험료 9.5%…지역가입자 부담 '현실화'하나

국민연금 개혁, 2026년 1월 첫 고지서…8년간 0.5%p씩 '슬로우 스텝' 인상
소득대체율 43% 상향은 '단비'…납부예외·저소득층 지원 제도 적극 활용해야

 

지난 2025년 3월 20일 국회 본회의장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정적만이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의사봉이 두드려졌다. 수년간 표류하던 국민연금 개혁안이 극적으로 통과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더 내고 더 받는' 구조로의 대수술.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로, 노후에 돌려받는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3%로 상향 조정됐다.

 

그로부터 약 9개월이 지난 2025년 12월 현재 개혁의 청구서가 우리 눈앞에 다가왔다.

 

4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당장 오는 2026년 1월부터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기존 9%에서 9.5%로 0.5%포인트(p) 인상된다. 정부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향후 8년에 걸쳐 매년 0.5%p씩, 최종 13%까지 점진적으로 올리는 '슬로우 스텝(Slow-step)'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고물가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서민들, 특히 지역가입자들에게 이번 인상은 단순한 숫자의 변화 그 이상으로 다가온다.

 

가장 뼈아픈 지점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의 '체감 온도 차'다. 직장인의 경우 인상분 0.5%p 중 절반을 회사가 부담한다. 실질적으로 본인 부담은 0.25%p 늘어나는 셈이다. 월 소득 300만 원인 직장인이라면 월 7천500원 정도가 더 빠져나간다. 커피 1∼2잔 값이니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등 지역가입자의 사정은 다르다. 이들은 인상된 보험료 전액을 오롯이 본인 주머니에서 꺼내야 한다. 같은 소득 월 300만원이라도 월 1만5천원이 고스란히 추가 부담이 된다. 1년이면 18만 원이다. 8년 뒤 보험료율이 13%에 도달했을 때를 가정하면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매출은 제자리인데 나가는 돈만 늘어난다"는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 피할 수 없는 파도를 어떻게 넘어야 할까. 전문가들은 '제도적 완충 장치'를 십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우선, 소득이 급격히 줄거나 사업이 어려워진 경우 '납부예외'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실직, 휴직, 사업 중단 등으로 소득이 없어진 기간 동안 보험료 납부를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제도다. 다만, 납부예외 기간은 가입 기간에 산입되지 않아 노후 연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저소득 지역가입자를 위한 '보험료 지원 사업'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실직이나 사업 중단으로 소득이 잠시 끊겼던 저소득 지역가입자라면 보험료 납부를 다시 시작하지 않더라도 최대 1년간 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해주는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의 문턱을 낮춰 더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이번 개혁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주문한다. 당장의 보험료 인상은 쓰라리지만, 소득대체율이 40%에서 43%로 상향된 것은 분명한 호재다. 이는 내가 낸 돈보다 더 많은 혜택을 돌려받을 수 있는 공적 보증수표의 가치가 올라갔음을 의미한다. 국민연금은 민간 보험에 비해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실질 가치를 보장해 준다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즉, 지금의 0.5%p 인상은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라 더 튼튼한 노후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저축'의 성격이 강하다.

 

물론, 이런 설명이 당장 임대료와 인건비 걱정에 밤잠 설치는 자영업자들에게 즉각적인 위로가 되기는 어렵다. 2026년 1월 보험료율 9.5% 시대의 개막은 우리 사회가 고령화라는 거대한 파도에 맞서 띄운 첫 번째 구조선과 같다. 이 배가 순항하려면 승선한 승객들, 특히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는 지역가입자들이 파도에 휩쓸리지 않도록 돕는 세밀한 정책적 배려가 지속해서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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