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연체율, 11년 만의 최고치…가계 등 대출 부실 우려 ‘경고등’

5대 시중은행 지난 5월 말 기준 전체 원화 대출 연체율 0.49%
경기 침체,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대출 상황 부담 늘어난 탓

 

국내 은행권의 대출 연체율이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 고금리 장기화가 맞물리며 가계와 자영업자, 기업의 대출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연체채권 정리와 건전성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연체율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5월 말 기준 전체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은 0.49%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6~9월(0.49~0.53%)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비율에 해당한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29%에서 0.36%로 높아졌고,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도 같은 기간 0.48%에서 0.67%로 올랐다. 중소기업 연체율(0.71%), 전체 기업 연체율(0.60%) 역시 2014~2015년 이후 최고치다.

 

은행별로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연체율(0.56%)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0.49%)은 각각 2014년 6월(0.59%), 2014년 9월(0.54%) 이후 가장 높았다. 또 다른 은행의 5월 말 개인사업자 연체율(0.57%) 역시 2014년 9월(0.57%)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연체율이 치솟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자리 잡고 있다. 3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금리는 4.51%,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17%로 집계됐다. 1월(4.65%, 4.27%)에 비해 소폭 내렸지만, 저축성수신금리 하락폭(3.07%→2.84%)에 비하면 그 수준이 미미하다. 이로인해 차주들의 상환 부담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2월 말 가계대출 연체율이 0.52%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9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연체율도 0.35%로 두 달 연속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국 평균(0.43%)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제주(1.17%), 전북(0.87%), 광주(0.6%) 등도 연체율이 높게 나타났다.

 

은행권은 연체채권 정리와 대출 심사 강화, 취약차주 채무조정 프로그램 등으로 건전성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의 상환 여력이 약화될 경우 연체율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거시경제 충격이 발생해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자산가격이 하락할 경우, 연체가구 비중이 2026년 최대 5.1%까지 오를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연체율이 단기간에 급등하지는 않았지만, 고금리와 경기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대출 부실이 본격화될 수 있다”라며 “은행권과 금융당국이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예금취급기관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3월 기준 974조 4751억 원에 달한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추가적인 연체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체율 상승세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라며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건전성 강화 대책도 적극적으로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은행권 역시 “대출 심사 강화와 연체채권 조기 정리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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