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사실을 알게 된 여성들이 먼저 고민하는 것 중 하나는 커피다.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처럼 마시던 커피를 완전히 끊어야 하는지, 아니면 어느 정도는 괜찮은지에 대한 질문은 산부인과 진료실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이는 임신 중 카페인 노출이 태아에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임신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하루 한 잔 정도는 괜찮다"는 현실적인 반응이 있는가 하면, "혹시 모를 위험 때문에 아예 끊었다"는 경험담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의 의견 역시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는 임신 중 카페인 섭취를 하루 200mg 이하로 제한할 경우 유산이나 조산 위험을 크게 높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임산부들의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임신 중 커피 섭취가 실제 아이의 알레르기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내놔 관심을 끌고 있다.
이화의대 환경의학교실 김이준 교수 연구팀이 한국의료정보학회지(Healthcare Informatics Research) 최신호에 발표한 '한국 어린이 환경보건 출생코호트'(Ko-CHENS) 기반 연구에 따르면, 임신 중 커피를 적정 수준 섭취한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아토피피부염 위험이 낮아지는 연관성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2015∼2019년 모집된 임신부와 자녀 3천252쌍을 '커피 중단'(1천809명), '하루 1잔 미만'(1천225명), '하루 1잔 이상'(188명)의 3개 그룹으로 나눠 자녀의 아토피피부염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3년 후 추적 분석했다.
이 결과, 임신 중 하루 1잔 미만으로 커피를 마신 임신부는 모든 변수를 보정한 모델에서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은 임신부에 견줘 아이의 아토피피부염 발생 위험이 1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를 하루 1잔 이상으로 마신 임신부에게서도 아이의 아토피피부염 발생 위험이 9% 낮아지는 연관성이 관찰됐지만, 통계적인 유의성은 없었다.
다른 알레르기 질환인 천식이나 알레르기비염의 경우 커피 섭취와의 뚜렷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커피에 포함된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이 면역 체계 형성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커피 속 항산화 성분과 항염 작용, 장내 미생물 환경 변화 등이 태아 면역 발달 과정에 관여해 아토피피부염 발생 위험을 낮췄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결과가 임신 중 커피 섭취를 적극 권장하는 근거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는 게 연구팀의 입장이다.
관찰연구의 특성상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고, 커피 종류나 추출 방식, 동반 식습관 등 다양한 변수들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임신 중 적당한 커피 섭취가 유아기 아토피피부염 위험 감소와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국내 최초의 출생 코호트 분석"이라면서도 "추가 연구를 통해 인과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의 연구를 종합해볼 때 임신 중 커피 섭취의 핵심은 카페인의 '양'이라고 입을 모은다. 커피 외에도 녹차, 초콜릿, 콜라 등의 음식물을 통해 섭취되는 카페인 총량을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보통 아메리카노 한 잔에는 95㎎가량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는 "임신부는 하루 중 커피 외의 음료를 통해서도 카페인이 섭취되고, 카페인 분해 능력이 서로 다른 점 등을 고려해 총섭취량을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나 전문의학회 등의 권고량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되도록 하루 카페인 총섭취량을 200mg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기준"이라고 조언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