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채용 비리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남녀를 차별해 고용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불합격권인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켰다는 의혹과 관련한 업무방해 혐의는 무죄 판단을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9일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함 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 중 업무방해 부분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는 2심의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함 회장은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만 파기환송심을 받게 된다.
대법원은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업무방해 혐의가 2심에서 합리적인 사정 변경 없이 유죄로 뒤집혔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1심에서 2016년 합숙면접 당시 채용 담당자들은 일관되게 함 회장으로부터 합격 기준에 미달하는 지원자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받은 사실이 없고, 인사부장이 함 회장에게 보고하기 전후로 합격자 변동도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며 1심은 이 증언의 신빙성을 인정했다"고 짚었다.
이어 "2심에서도 이와 다른 취지의 증언이 없었고, 2심이 든 여러 간접 사실들은 논리와 경험칙, 과학법칙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보기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함 회장의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 충분할 만큼 우월한 증명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1심의 증언 신빙성 판단이나 논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예외적인 사정이 없음에도 2심은 함 회장에게 공모관계가 인정한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2심은 함 회장의 지시로 추가합격자를 위한 '추가사정회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단했으나, 채용담당자들은 그런 게 없었다고 진술했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자료도 나타나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항소심 심리 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는데도 1심 판단을 재평가해 뒤집고자 할 때는 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됐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등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재확인했다.
대법원은 다만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한 2심의 유죄 판결에는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봤다.
함 회장은 2015∼2016년 신입사원 공개채용 당시 지인의 청탁을 받고 서류 전형과 합숙면접, 임원면접에 개입해 특정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5∼2016년 공채를 앞두고 인사부에 남녀 비율을 4대 1로 정해 남자를 많이 뽑도록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1심은 함 부회장이 합격권 밖 지원자들이 합격할 수 있게 위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나은행의 남녀 차별적 채용 방식은 관행적이었던 만큼 함 부회장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일부 혐의에 대한 원심 판단을 뒤집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함 회장이 2016년 합숙면접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가 불합격권임을 알면서도 인사부장 등과 공모해 합격자로 선정되게 했다고 판단했다. 또 합리적인 이유 없는 남녀 차별 채용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관련 선발 계획을 승인·시행해 부당한 채용에 가담했다고 봤다.
업무방해 혐의로 함 회장과 함께 기소된 장기용 전 하나은행 부행장은 원심의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이 이날 확정됐다.
함 회장과 함께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하나은행 법인 역시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