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사막서 낙타·들소 그린 1만2천년 전 암각화 발견

날카로운 바위 도구로 절벽에 새겨

 

사우디아라비아 북부의 사막에서 낙타와 가젤 등 포유동물들을 실제 크기로 바위에 새긴 암각화가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독일 막스플랑크지구인류학연구소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사우트 지역에 있는 나푸드 사막에 있는 사암 절벽에서 지난 2023년 낙타, 가젤, 당나귀 등의 포유동물이 그려진 암각화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높은 지대에 있는 절벽의 평평한 바위에 새겨진 그림들에는 동물들이 약 1.8m의 실제 크기로 그려졌으며, 벽화의 아래 지형에선 암각화 제작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송곳 모양의 날카로운 바위 도구들이 함께 발굴됐다.

 

이 암각화들은 지금으로부터 약 1만2천800년 전에서 1만1천400년 전 사이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중동은 물론 세계에서도 가장 오래된 대형 야생동물 그림이라고 NYT는 전했다.

 

발굴 조사를 주도한 독일 막스플랑크지구인류학연구소의 고인류학자 마리아 구아그닌 박사는 암각화들이 매우 섬세하게 그려졌다면서 그림을 그린 사람들이 상당한 기술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 암각화들이 아침에 해가 떠오를 때 특정한 빛의 각도에서 약 90분 동안만 육안으로 식별된다면서 발견 당시 운이 매우 좋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암각화들에는 멸종한 들소의 조상인 오록스도 그려져 있어 주목된다. 매우 건조한 사막지대의 환경에서는 생존하기 힘들었던 동물이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이 지역에 살았던 인류가 건기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가 오록스를 보고 이를 기억해 그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또한 1만2천년 전 당시 물웅덩이나 계절에 따라 잠깐 나타난 담수원이 빙하기 이후 사막 지대에 인류가 정착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암각화와 바위도구들의 발견은 기존에 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이 지역에 2천년 더 일찍 인류가 생활했던 것을 보여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번 발굴 조사 결과를 담은 논문은 이날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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