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과 최악의 산불이 스페인을 덮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보 순례길인 산티아고 길까지 일부 폐쇄됐다고 로이터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에만 스페인 갈리시아와 카스티야, 레온 지역에서 산불 20건이 발생해 임야 수천 헥타르가 불에 탔다.
이에 당국은 이 지역 철도 운행을 중단하고 산티아고 순례길 구간 중 50㎞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 서쪽 끝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시로부터 프랑스를 연결하며, 트래킹 등을 위해 여름철 수천 명이 찾는다.
유럽산불정보시스템(EFFIS)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산불은 현재까지 스페인에서 마요르카섬 면적과 맞먹는 임야 34만4천400헥타르를 태웠다. 이는 2006년 이래 가장 넓은 산불 피해 면적이며, 2006년부터 2024년까지의 연간 평균 산불 피해 면적보다 4배 이상 큰 규모다.
게다가 영상 40도가 넘는 폭염이 연일 닥치면서 산불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스페인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폭염이 16일간 지속됐으며 이는 관측 이래 세 번째로 긴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주말에는 기온이 45도까지 상승했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부 장관은 현지 라디오 방송에 "이번 산불은 20년 만에 처음 겪는 것"이라면서 "기후변화와 폭염으로 인해 산불이 특수성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4명이며 스페인 당국은 진화작업을 위해 군병력 3천명과 항공기 50대를 투입했다.
아울러 스페인 당국은 지난 6월부터 방화 혐의로 27명을 체포했으며 92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불 피해가 점차 확산하자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전날 "전 세계를 황폐화하는 기후 비상사태가 점점 더 가속화하고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베리아 반도에서 더 빈번해지고 있다"면서 "기후 비상사태 완화와 대응을 위한 전국적인 대규모 협정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인 국민당(PP)은 이를 "주의를 딴 데로 돌리려는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중앙 정부가 산불 대비 계획을 부실하게 세웠으며 대응을 위해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