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즈니 픽사 스튜디오의 신작 애니메이션 '엘리오'가 픽사 역사상 가장 부진한 흥행 성적을 냈다.
23일(현지시간) 미국의 영화흥행 수입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지난 20일 북미 3천750개 극장에서 개봉한 '엘리오'는 주말 사흘간 2천100만달러(약 290억원)의 티켓 수입을 기록해 북미 박스오피스 3위에 그쳤다.
이는 애니메이션 명가로 불리는 픽사 스튜디오의 역대 개봉작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이전까지 최악의 성적은 2023년 개봉 첫 주 약 3천만달러를 기록한 '엘리멘탈'이었다.
픽사 측은 개봉 전부터 '엘리오'의 흥행 성적이 그리 좋지 않을 것으로 보기는 했지만, '엘리멘탈'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엘리멘탈'보다 30%가량 더 적은 매출로 나타났다.
'엘리오'는 제작·마케팅 비용으로 최소 2억5천만달러(약 3천453억원)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엘리오'가 시네마스코어의 극장 출구 조사에서 'A' 등급을 받는 등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가 대체로 긍정적인 점을 들어 "품질이 (흥행 부진의) 주된 요인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존의 원작 없이 완전히 새로 만든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 극장 박스오피스에서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면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확산하고, 경제가 불안정한 시기에 가족 관객들은 티켓 구매 비용이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원한다"고 짚었다.
픽사의 흥행작 '인사이드 아웃'처럼 1편이 이미 흥행에 성공하고 작품성이 검증된 경우에는 관객들이 속편을 보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작품에는 굳이 비싼 돈을 들여 극장에 보러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꼭 극장에서 관람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볼 수 있게 된 환경이 극장 관객들의 '오리지널' 작품 기피 현상을 만들어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NYT는 이런 환경에서 다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도 오리지널 신작의 흥행 실패를 경험했지만, 픽사의 경우에는 100% 미국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면서 인건비 등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고 손실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다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은 이미 해외 제작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주말 북미 극장가에서 박스오피스 1위는 판타지물 '드래곤 길들이기'가 차지했고, 새로 개봉한 좀비 영화 '28년 후'가 그 뒤를 이어 2위를 기록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