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법보다 우선하고 전쟁이 현실이 된 불확실한 세상에서 우리나라에는 두려움도, 준비 부족도, 분열도 허용될 수 없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알프스 산맥에 주둔한 제27산악보병여단을 방문해 프랑스 국방 정책의 일대 전환점이 될 '자발적 군 복무제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프랑스는 직업 군인으로 이뤄진 약 20만명의 상비군을 갖춰 이미 유럽 내 군사 강국 중 하나다.
이런 프랑스가 유사시 징병제로 전환할 기반을 마련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자발적 군 복무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에서 커진 안보 위기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프랑스가 러시아의 위협에 직면해 자발적 군 복무제를 도입했다"며 "1997년 징병제를 폐지한 프랑스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충격을 받고 크렘린이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해온 다른 유럽 국가들의 뒤를 따르고 있다"고 짚었다.
프랑스는 내년부터 18∼19세 청년 자원자를 대상으로 자발적 군 복무 제도 시행에 나선다. 복무 기간은 훈련을 포함해 총 10개월이다. 내년 3천명을 시작으로 향후 자발적 군 복무제를 통해 입영하는 병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높아진 안보 위기감 속에서 이번 제도 도입에 관한 찬성 여론도 높은 편이다.
현지 여론조사 기관 오독사가 27일 발표한 조사에서 프랑스인의 79%가 자발적 군 복무제 도입을 지지했다.
마크롱 대통령 비판 진영에서도 병력 증강을 통해 러시아가 유럽을 넘보지 못하게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 대표는 프랑스 라디오에 출연해 "국가 전체가 방위에 헌신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억지력 확보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 위기감이 커진 유럽연합(EU)과 유럽 각국은 군사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군사력 확충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가 한국산 K2 전차, K-9 자주포 등 기갑전력을 대거 수입한 것처럼 무기 체계 보강과 군 병력 확대 양대 축으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특히 전투를 수행할 군 병력 확대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인접하거나 러시아에 가까워 안보 위기감이 특히 큰 동유럽과 북유럽에서 먼저 본격화해 이제는 '후방 지역'인 프랑스·독일 같은 국가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프랑스의 이번 조치에 앞서 유럽에서는 이미 징병제 부활, 여성 대상 징병, 전 국민 군사훈련 도입 등 다양한 군 복무제 개편을 통한 병력 확충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발칸반도국 크로아티아가 지나 10월 징병제를 18년 만에 부활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내년 19세가 되는 2007년생 징집 대상자들이 올 연말까지 징병 검사를 받고 내년 1월부터 2개월간 기본 군사훈련에 소집된다.
징병제를 시행 중이던 덴마크도 지난 7월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도 징병 대상에 넣는 새 제도를 시행하고 병사의 의무복무 기간도 기존 4개월에서 11개월로 늘렸다.
덴마크는 일단 남녀 모두 지원병으로 받되, 모자라는 병력은 추첨에 따른 징병으로 채우고 있다. 예전에는 남성만 징병 추첨 대상에 포함됐다.
전 유럽에서 국방력 확대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폴란드는 모든 성인 남성이 일정한 군사 훈련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럽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독일도 징병제 재도입 논의를 진행 중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모병제를 유지하되 지원자가 부족하거나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의회 의결을 거쳐 징병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마련해둔 상태다.
중립국인 스위스도 오는 30일(현지시간) 남성뿐 아니라 여성을 대상으로도 의무 복무 제도를 확대할지에 관한 국민투표를 한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