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티켓 끊긴 헌혈의집…헌혈자 감소 현실화하나

푯값 훌쩍 올랐지만 입찰가 5천원에 조달 불발
영화관들 "최소 반값은 돼야"…기념품 다양화 과제

 

"그동안 대부분 영화 티켓을 골랐고, 오늘도 있었으면 골랐을 거예요."

 

7일 오전 10시 30분께 헌혈의집 광화문센터에서 헌혈을 마친 최윤영(25)씨가 영화관람권이 빠진 기념품 리스트 중 수건을 고르며 말했다.

 

최씨는 "봉사 정신으로 헌혈하긴 하지만, 기념품도 헌혈할 때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했다.

 

최씨의 사례처럼 전국 헌혈의집에선 9월 초부터 영화관람권 제공이 순차적으로 중단되고 있다. 적십자사의 영화관람권 조달 입찰이 6월부터 모두 유찰되며 재고가 떨어져서다.

 

적십자사가 제시한 구입가는 약 5천원으로, 시중가에 크게 못 미친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혈액 사업 예산에 충당되는 '혈액수가 수입'은 한정적"이라며 "예산을 증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적십자사는 대신 편의점 교환권, 보조배터리, 수건 등 다른 품목을 추가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선호되는 기념품이 영화관람권이라는 평가가 많은 만큼 헌혈자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2021년 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 헌혈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헌혈 기념품 제공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79.7%였고, 절반 이상이 영화관람권 등 문화 관련 기념품을 택했다.

 

헌혈 가능 인구(16∼69세) 가운데 실제 헌혈에 참여한 사람의 비율인 '국민 헌혈률'은 3.27%다. 2017년 이후 3%대에 머물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극장 측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2014년만 해도 7천∼8천원 수준이었던 영화 관람권은 현재 성인 2D 일반 영화 기준 주말 가격이 1만5천원 안팎으로 올랐다. 입찰가의 약 3배 수준이다.

 

CGV 관계자는 "좋은 취지인 것은 알지만 영화계 사정이 어렵다"며 "최소 절반 가격은 돼야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CGV는 올 초부터 입찰에 불참했다.

 

가장 최근까지 영화관람권을 공급했던 롯데시네마 관계자도 "사회공헌 차원에서 계속 참여했는데 더는 어렵게 돼 아쉽다"고 했다.

 

현실적인 대안은 헌혈자의 관심을 끌 다른 기념품을 확보하고, 여러 차례 헌혈한 사람에 대한 우대를 강화하는 게 꼽힌다.

 

광화문센터에서 만난 이영호(42)씨는 "서점 10% 할인권이나 워터파크 할인권 등 다양한 상품을 추가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많은 분이 기념품과 관계없이 꾸준히 헌혈에 참여하고 있다"면서도 "다양하고 의미 있는 기념품과 혜택을 계속 발굴하겠다"고 전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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