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美, 우크라에 토마호크 보내면 새로운 차원의 악화"

유럽에 우크라 분쟁 책임 돌려…"北의 해결 노력에 감사"
"이제 드론 안 날릴게" 농담…"佛, 유조선 나포는 해적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순항미사일 토마호크를 지원할 경우 긴장 상태가 새로운 차원으로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남부 휴양지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본회의에서 "이것이 터널의 끝에 빛이 나타난 우리의 관계를 훼손할까? 물론 그럴 것이다. 어찌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토마호크 미사일을 지원해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이같이 반응했다. 우크라이나가 토마호크를 공급받으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도 사정권에 들어오게 된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미군의 개입 없이 토마호크 미사일을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러·미 관계를 포함해 완전히 새롭고 질적으로 새로운 수준의 악화"가 초래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토마호크에 대해 "완전히 현대적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강력한 무기"라면서도 현재 러시아가 우위를 점한 전장의 상황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도 러시아에 피해를 주기는 했지만 결국 러시아 방공망에 격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전략 핵무기 수를 제한하는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을 1년 자체 연장하자고 미국에 제안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 대화는 쉽지 않다. 우리는 이 대화의 위험을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군축 대화는 러시아가 신형 미사일인 '오레시니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내에서 일부는 연장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데, 그 경우 우리 역시 필요하지 않다"며 핵 방어에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핵 군축 협상에 중국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영국과 프랑스의 핵 잠재력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핵실험을 준비하는 나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런 일이 발생하면 우리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사람들에게 충격 주기를 좋아하지만 기본적으로 경청할 줄 아는 사람"이라며 지난 8월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도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방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알래스카 회담에서는 양국 관계는 다루지 않고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 방안에만 집중했다며 "우리는 이 논의를 계속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행정부를 탓하며 자신이 집권했더라면 우크라이나 위기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동의하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가자지구 평화 구상에는 "터널 끝에 빛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며 환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구상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에 기반한다면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러시아가 미국과 전면적인 관계 회복을 모색하고 있으며, 양국 간 입장 차이가 있지만 이는 강대국 사이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를 '종이 호랑이'라고 조롱한 데 대해서는 "그러면 (러시아와 대립하는) 나토는 뭔가?"라며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인도, 일부 유럽 국가들에 러시아산 석유 구매 중단을 요구하는 상황에는 "러시아 석유가 없다면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세계적으로 물가가 상승하고 미국이 금리를 높게 유지해야 해서 경제가 둔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거의 모든 전선에서 진격하고 있고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만큼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분쟁의 원인을 유럽으로 돌리면서,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들과 벨라루스, 북한 등은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에 진심 어린 노력을 기울였다며 감사를 표했다. 북한은 러시아 쿠르스크에 군을 파병하는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지원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이 군사화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보복 조치들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 위협에 대한 대응은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가 나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말도 안 된다"며 서방 지도자들을 향해 "침착하고 평화롭게 잠들고 자신의 문제를 돌아보라"라고 말했다.

 

유럽이 러시아 드론의 영공 침범에 대응하는 상황과 관련해 사회자가 '왜 덴마크에 많은 드론을 보냈는가'라고 묻자 푸틴 대통령은 "더는 그러지 않겠다"는 농담으로 응수했다. 이어 "드론들이 또 어디까지 가는가? 리스본(포르투갈)"이라고 말한 뒤 러시아에 리스본까지 가는 드론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에게는 장거리 드론이 있지만 그곳들에 우리의 표적은 없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프랑스 연안에서 러시아 '그림자 함대'로 의혹받는 유조선이 억류된 것에는 "해적행위"라고 비판하며 "그들은 선박에서 드론을 찾고 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런 것들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이 러시아 드론에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은 내부 문제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우파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의 암살 사건에는 "극악무도한 잔혹 행위"라며 "사회의 깊은 균열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또 러시아군에 입대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싸우다 전사한 미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의 아들 마이클 글로스가 "최전선에서 존엄하게 싸웠다"며 미국인들은 그를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추천 비추천
추천
0명
0%
비추천
0명
0%

총 0명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