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경기 의정부시 노인보호센터에서 5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살해당한 사건의 용의자는 60대 남성이었다. 이 남성은 올해 3월부터 피해자를 스토킹해 총 3차례 경찰에 신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도 지난달 스토킹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60대 남성이 전 연인인 40대 여성의 직장에 흉기를 들고 찾아갔다가 구속되는 등 중년 남성의 스토킹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10일 조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 교수 연구팀이 한국안전문화학회 '안전문화연구' 최근호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스토킹, 가정폭력, 교제폭력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관계성 범죄' 가해자는 실제로 중년 남성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작년 9월 13일부터 10월 11일까지 약 4주간 서울·경기북부·경기남부·인천·대구 5개 시·도경찰청 관할 경찰서에서 112에 접수된 가정폭력, 교제폭력,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 사건 5천586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관계성 범죄의 가해자 연령대는 40대가 1천218명(22.5%)으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1천128명(20.8%)으로 뒤를 이었다. 50대는 1천1명(18.5%), 60대 이상은 958명(17.7%), 20대는 842명(15.6%)이었다.
40~50대가 전체의 40%를 넘는 것이다. 60대 초·중반까지 포함하면 중년의 비중은 절반 수준에 이른다.
가해자를 성별로 보면 남성이 4천55명으로 전체의 73.2%를 차지했다. 스토킹 범죄만 한정해서 볼 때 가해자 평균 연령은 43.53세였다.
중년 남성에 의한 관계성 범죄 증가 원인으로는 남녀의 사회적 지위 변화와 과거에 비해 젊어진 신체 나이, 가족 간 유대감 약화 등이 꼽힌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남성은 남성 지향적 생각을 보유하는 반면, 여성의 인식과 사회적 지위는 향상됐다"며 "남성이 통제와 권력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중년에서 정점을 찍는데 현실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다 보니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송도에서 사제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실직이나 빈곤 등 사회적 소외로 우울감을 느끼는 중년 남성이 많다"며 "신체 나이도 과거에 비해 훨씬 젊어지면서 스토킹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스토킹 범죄 처벌 강화와 함께 스토킹 가해자의 망상과 우울감, 분노 등의 원인이 되는 실직과 빈곤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