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자의 익스피리포트(익스피리언스+리포트)'는 본지 기자가 전국 곳곳을 발로 뛰며 경험하는 2024년 신년특집 코너입니다. 지난해 말 구봉식 표구 장인을 제주에서 만나 동양화 표구를 직접 의뢰하며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편집자 주] |
![구봉식 충옥당 표구사 대표가 작업대 위에서 서기자가 의뢰한 동양화 작품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사진=서유주 기자) ](http://www.raonnews.com/data/photos/20240104/art_17063581043703_5c46c7.jpg)
[라온신문 서유주 기자] “표구(表具)는 단순해 보이지만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에요. 잘 보관되게, 또 오래 후세에까지 전해질 수 있게 말이죠.”
55년 동안 표구에 매달려 온 제주 '충옥당(忠玉堂)' 구봉식(75) 대표의 말이다. 장식 못지않게 보전과 복원도 표구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이다. 구봉식 대표는 오랜 세월 전해져 내려온 시서화를 수리하거나 복원 혹은 다시 표구해 잘 보존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이 표구라고 설명한다.
구 대표는 제주에서 반평생 넘게 표구 외길을 걸어온 장인으로 통한다. 제주시 이도1동에 오현로 '표구거리'에서 44년째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다.
![구봉식 충옥당 표구사 대표가 직접 표구를 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서유주 기자)](http://www.raonnews.com/data/photos/20240104/art_17063610400606_fdf6d9.jpg)
거리 양쪽에는 표구사와 화랑이 늘어섰다. 하지만 한때 북적였던 이곳도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찾는 이들이 크게 줄었다. 다행히 특유의 예술적 분위기와 예스러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 중심에 제주 예술인들이 사랑하는 구 대표와 그의 가게가 자리 잡고 있다.
충청도 산골의 소년은 가난을 벗으려 18살에 상경해 표구를 배웠고, 10년 만인 20대 후반에 인연이 닿은 제주에 터를 잡았다.
구 대표는 “처음 제주에 내려왔을 때만 해도 딱 3년만 있다가 돌아가자고 생각했는데, 이 자리에서 평생 머물러 있게 될지는 상상도 못 했다”고 털어놨다.
![충옥당 표구사 전경. (사진=서유주 기자)](http://www.raonnews.com/data/photos/20240104/art_17063604975841_51bcff.jpg)
구 대표의 이름은 좁은 제주지역 예술계에서 금방 입소문을 탔다. 당시 제주에는 표구사가 몇 군데 없었다. 목공 기술을 다루면서 혼자서 표구와 액자의 나무틀까지 직접 만드는 점포는 현재까지도 구 대표가 제주에서 유일하다.
표구 일을 언제까지 할 거냐는 물음에 “이제 전시회 작품은 줄일 예정이다. 새해에는 건강도 챙기며 몇 년 후에 은퇴해야죠”라고 답했다. 표구에 대한 열정이 큰 만큼 그의 얼굴에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에게 '표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닌 글과 그림에 맞는 제대로 된 옷을 입혀 작품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다.
즐거운 뉴스, 라온신문 RAO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