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침체의 그늘이 길어지면서 전국 소상공인들이 벼랑 끝에서 버티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KCD)가 22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당 평균 매출은 약 4179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보다 0.72%, 직전 분기인 2024년 4분기보다는 12.89% 급감한 수치다. 특히 외식업과 숙박업 등 소비자 선택에 민감한 업종에서 매출 하락이 두드러졌다.
외식업의 경우 모든 세부 업종에서 매출이 줄었다. 술집 매출은 1년 전보다 11.1%나 쪼그라들었고, 분식(-7.7%), 제과점·디저트(-4.9%), 패스트푸드(-4.7%), 카페(-3.2%) 등도 일제히 감소했다. 숙박·여행서비스업 역시 11.8%의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한 소상공인은 “손님이 뚝 끊겼다. 고정비라도 줄이려고 가족이 직접 가게를 지키고 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매출이 줄자 소상공인들은 지출을 더 과감하게 줄이며 이익률을 방어하는 데 집중했다. 1분기 평균 지출은 3153만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3.4% 감소했다. 그 결과, 평균 이익은 1026만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1.4% 줄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3.05% 증가했다. 이익률은 24.6%로 전기보다 0.4%포인트, 전년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회복이 아니라 ‘버티기’에 가까운 상황이다.
폐업과 빚도 빠르게 늘고 있다. 1분기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이 있는 사업장은 361만 9000개로 추산됐다. 이 중 13.8%인 49만 9000개가 폐업 상태였다. 폐업한 사업장의 평균 연체액은 640만 원, 평균 대출 잔액은 6243만 원에 달했다.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719조 2000억 원으로 1년 새 15조 원가량 불어났다. 연체된 대출 원리금 규모도 1년 전보다 4조 원 가까이 증가해 13조 2000억 원에 이르렀다.
KCD 관계자는 “외식업과 숙박업은 소비자의 선택적 지출 대상이라 경기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라며 “매출 감소에 맞춰 비용을 줄이고 있지만 폐업과 연체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비용 효율화와 수익성 중심의 ‘생존형 경영’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경고한다. 매출 회복 없이 비용만 줄이는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폐업과 대출 연체 등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소상공인들은 “이제는 회복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정부와 금융권의 추가 지원, 내수 활성화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