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의료 분야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만으로 요로결석 진단을 돕는 AI 기술이 정부로부터 '혁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아 3년간 의료 현장에서 사용될 길이 열렸다.
정부가 특정 의료기술을 혁신의료기술로 지정하는 이유는 당장 임상적 필요성은 있지만 아직 연구 데이터가 부족한 새로운 기술에 대해 일정 기간 의료 현장에서 사용하며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근거를 쌓을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비조영 CT 영상을 활용한 인공지능 기반 요로결석 진단 보조 기술'을 새로운 혁신의료기술로 최근 고시했다.
이 기술은 조영제 투여 없이 촬영한 복부 CT 영상을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요로결석이 의심되는 부위의 유무, 크기, 위치 정보를 의료진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AI가 먼저 CT 영상을 샅샅이 훑어보고 '이곳에 이만한 크기의 결석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고 표시해주는 것이다. 이는 방대한 영상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야 하는 영상의학과나 비뇨의학과 전문의의 진단 과정을 보조해 판독 정확도를 높이고 시간을 단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혁신의료기술 지정으로 이 기술은 지난 1일부터 2028년 4월 30일까지 3년간 의료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게 된다. 사용 대상은 만 19세 이상 성인 중 옆구리 통증 등 요로결석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은 환자다.
다만 모든 병원에서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 개발 업체가 혁신의료기술 사용을 신청하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신고·접수한 의료기관에서만 해당 기관에 근무하는 전문의의 판단하에 활용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AI 기술은 '진단 보조' 역할에 그친다. AI가 제시한 정보만으로는 요로결석을 최종적으로 확진할 수 없다.
CT 영상 외에도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 소변 검사 결과 등 다른 의학적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진단을 내리는 것은 여전히 전문의 몫이다.
따라서 환자 입장에서는 AI가 진단 과정에 활용된다는 사실을 인지하되 AI의 분석 결과가 곧 최종 진단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AI는 어디까지나 의료진 판단을 돕는 도구이며, 진단과 치료의 책임은 담당 의사에게 있다.
이번 AI 기반 요로결석 진단 보조 기술은 3년간의 사용 기간 실제 임상 현장에 적용돼 쌓인 데이터를 토대로 사용 기간 종료 후 재평가가 이뤄지고, 그 결과에 따라 건강보험 적용 여부나 정식 의료기술 등재 등이 결정된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