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대출금리 인하 외면한 채 예금금리 또 인하

 

국내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예금금리는 또 내리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시장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이)를 더욱 벌리며 이익을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날부터 예·적금 상품의 기본금리를 최대 0.30%포인트(p) 인하했다.

 

하나은행은 ‘하나의정기예금’ 등 6종 정기예금과 8종 적금 상품의 금리를 0.10~0.30%p 내렸고, 우리은행도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의 금리를 0.20%p 인하했다. 이로써 만기 1년 기준 예금 금리는 2% 초중반대로 하락했다.

 

인터넷은행들도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토스뱅크는 6개월 정기예금 금리를 3.00%에서 2.70%로 0.30%p 내렸고,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2.90%까지 인하했다.

 

최근 5대 시중 은행의 대표 예금상품 1년 만기 기준 기본금리는 연 2.61%, 최고금리는 연 2.93%로 집계돼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3%를 넘던 금리가 2%대로 내려앉았다.

 

반면 대출금리는 예금금리 인하 폭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일부 신용대출 상품은 소폭 하락했지만 주택담보대출 등 주요 상품의 금리는 여전히 4~5%대에 머물고 있다. 최근 5대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1.38~1.55%포인트로 2022년 하반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예금금리는 빠르게 내리면서도 대출금리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조정한 탓에 생긴 현상이다.

 

은행권은 “시장금리와 자금조달 비용 하락에 따라 예금금리를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대출금리는 제자리인데 예금금리만 계속 내린다”라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은행이 예금금리를 내리면서 예대마진을 더 챙기려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 경우 예·적금 금리는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김진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권의 예대금리차 확대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금융당국이 예대금리차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시장의 불균형이 심화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권의 예대금리차 확대와 관련해 소비자 보호 강화와 금리 산정 체계의 투명성 제고를 주문한 바 있다. 당분간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불만과 시장의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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