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국내 5대 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피해액이 86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에서 대출 사기, 내부 직원의 일탈 등 각종 사고가 잇따르면서 금융권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공시한 금융사고는 총 13건, 피해액은 857억 9900만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전체 피해액(1774억원)의 절반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사고 건수와 금액 모두 최근 5년 내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5건(488억 45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은행이 4건(110억 9800만원), 농협은행이 2건(221억 5100만원), 신한은행이 2건(37억 500만원) 순이었다. 우리은행은 올해 아직 금융사고 공시가 없었다.
올해 드러난 금융사고는 대부분 내부 직원의 일탈, 허위 서류 제출, 신용등급 조작, 금품 수수 등으로 발생했다.
농협은행에서는 지난달 3일 공시된 외부인 과다대출 사고가 단일 사고로는 가장 큰 피해(204억 9310만원)를 기록했다. 대출상담사가 다세대 주택의 감정가를 부풀려 주택담보대출을 일으킨 뒤 외부인에게 대출금이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하나은행에서는 내부 직원이 허위 서류를 받고 거래처에 약 75억원의 대출을 내준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직원은 거래처 관련인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사적으로 금전을 빌려주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사례로는 직원이 대출 관련 서류를 조작하거나, 대출 심사 과정에서 고의로 부실을 숨긴 경우도 적발됐다.
국민은행에서는 분양자가 아닌 시행사·시공사 관계인이 분양받은 것처럼 꾸며 미분양 상가를 담보로 약 46억원의 대출이 나간 배임 사고가 있었다. 이외에도 직원이 업체 신용등급을 임의로 조정해 대출을 취급하는 등 내부 통제 미흡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은행권은 최근 금융사고의 상당수가 과거에 발생한 사고가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와 감사 과정에서 뒤늦게 적발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미처 걸러지지 않았던 대출이나 거래가 최근 AI 기반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 내부 감사 강화 등으로 적발되는 사례가 많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은행들은 AI 기술을 활용한 이상 거래 탐지, 내부통제 전문 인력 배치, 고위험 거래 사후 점검 등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사고 사례 분석을 통한 업무 프로세스 개선, 금융사고 예방 교육 확대 등도 병행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도 은행권에 자체 점검과 내부통제 시스템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의 신뢰가 흔들리면 금융시장 전체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 경영진 책임 강화, 내부고발 활성화,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단순히 사고 발생 이후의 사후 대응에 그치지 않고, 조직 문화와 인센티브 구조 등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직원들의 윤리의식과 책임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