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9월 1일부터 예금자보호 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된다.
2001년 이후 24년 만의 대폭 조정으로 금융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은행 대비 금리 경쟁력이 높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의 ‘머니무브’(자금 이동)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당국도 시장 변동성에 대한 상시점검 체계를 가동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을 9월 1일 시행 목표로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다.
이번 조치로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모든 금융업권에서 예금자보호 한도가 동일하게 1억원으로 늘어난다. 예금자들은 각 금융기관별로 최대 1억원까지 원금과 이자를 합산해 보호받을 수 있다. 국회는 시행 시기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으며, 금융당국에 재량권을 일부 부여했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은 금융소비자에게 심리적 안정과 예치 편의성을 제공한다. 기존에는 여러 금융사에 예금을 분산하던 고객들이 한 금융기관에 더 많은 금액을 예치할 수 있게 되어 편의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은행 대비 고금리 상품을 제공하는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으로 자금이 쏠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와 예금보험공사 연구에 따르면, 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오르면 저축은행 예금이 16~25%가량 증가할 수 있다는 추산도 있다. 이동 자금은 은행 예금의 1% 수준으로 전체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업권 내 과도한 수신 경쟁이 벌어질 경우 일부 소형사에는 충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반면 최근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연 2%대로 하락해 시중은행과의 금리 차이가 크지 않아 자금 이동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대외 신인도와 부정적 시각 개선 없이는 수신 증가에 한계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자금 쏠림, 고금리 특판 경쟁, 소형 금융회사 유동성 위기 등 시장 불안 요인에 대한 상시 점검을 위해 TF를 가동한다. 예금보험공사에 납부하는 예금보험료 인상 등 후속 조치도 논의될 예정이다. 한도 상향으로 금융사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특히 2금융권의 수신기반은 강화되지만 업권별 유입 정도는 차별화될 전망이다.
예금자보호법 적용을 받지 않는 상호금융업권(새마을금고, 농협, 신협 등)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같은 시기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할 방침이다.
이번 한도 상향은 미국(25만 달러), 영국(8만5000파운드), 일본(1000만엔)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국제적 수준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 강화라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지만, 자금 쏠림과 일부 금융사의 리스크 관리, 예금보험료 부담 증가 등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금융위는 “시장 불안 요인을 상시 점검하고, 업계와 긴밀히 협조해 안정적 제도 시행에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