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축은행업계에 대형 인수·합병(M&A)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고 있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이 교보생명에 매각되고, 2위 OK저축은행도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타진하면서 저축은행 시장의 지각변동이 현실화하고 있다. 금융당국 또한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M&A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업계 재편이 속도를 내고 있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저축은행 업권의 신속한 구조조정 필요성을 강조하며 M&A 기준을 2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는 적기시정조치(유예 포함)를 받은 저축은행만 구조조정 및 M&A 대상이었으나, 앞으로는 최근 2년간 분기별 평가에서 자산건전성 4등급 이하에 해당하는 저축은행도 포함된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기준 역시 기존 9% 이하에서 11% 이하로 확대됐다. 이 같은 기준 완화로 업계에서는 10여 곳 이상의 저축은행이 신규 M&A 대상으로 추가 편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업계 1·2위사의 대형 거래가 있다. 교보생명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국내 1위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내년 10월까지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인수 금액은 9000억원에 달한다.
교보생명은 보험과 저축은행 고객을 연계하고 양 사의 연금·예금 상품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함께 올해 하반기 중으로 1차 지분 30%를 취득할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핵심 포석으로 이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을 보유한 OK금융그룹도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재무 건전성 악화로 적기시정조치를 받았고, 최대주주인 상상인그룹의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 문제로 인해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OK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성사할 경우 두 회사의 합산 총자산은 16조원에 육박해 SBI저축은행을 넘어설 전망이다. 다만, 매각가를 둘러싼 이견과 자산 부실 정도에 대한 평가 차이로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OK금융은 페퍼저축은행 인수도 저울질했으나, 현재로선 적극적인 절차가 진행되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저축은행업계에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매수세는 아직 제한적이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업계 전반의 건전성이 약화되면서 인수에 나서는 금융그룹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로 100개가 넘던 저축은행이 79곳으로 축소돼 유지되고 있지만, 시장 규모에 비해 여전히 많다는 평가가 있다”라며 “업권 정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규제 완화가 저축은행업계의 신속한 구조조정과 업권 재편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M&A 문턱이 낮아지면서 중소형 저축은행의 출구전략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매각가 조정과 부실 자산 처리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저축은행업계의 대형 M&A와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향후 업계 판도 변화와 시장 내 경쟁 구도 재편이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