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성인의 금융이해력이 2년 만에 하락했다. 특히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실질 구매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20대 청년층과 저소득·저학력층 등 취약계층의 금융역량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29일 발표한 '2024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만 18~79세)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5.7점으로 2022년(66.5점)보다 0.8점 하락했다. 금융이해력은 금융지식(35%), 금융행위(45%), 금융태도(20%) 등 세 분야를 종합해 산출한다.
부문별로는 금융지식(73.6점, -1.9점)과 금융행위(64.7점, -1.1점)가 모두 하락했고, 금융태도(53.7점)는 1.3점 상승했다. 특히 금융지식 항목 중 ‘인플레이션이 실질 구매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도 점수가 2022년 78.3점에서 올해 56.6점으로 21.7점이나 떨어져 전체 금융이해력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한은과 금감원은 “2022년 고물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관심이 컸으나, 최근 물가상승률 둔화로 일반인의 관심이 줄면서 이해도도 동반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OECD 주요국도 최근 2~3년간 인플레이션 이해도가 비슷하게 출렁였다.
연령·소득·학력별로 보면, 20대(62.6점, -3.2점)와 70대(59.3점, -1.8점), 저소득층(59.7점, -3.5점), 고졸 미만(59.0점, -0.3점) 등 취약계층의 금융이해력 저하가 두드러졌다. 반면 50대(67.9점, +0.9점), 60대(64.7점, +0.3점), 고소득층(68.8점, +0.1점)은 소폭 상승했다.
특히 20대 청년층의 재무관리 역량이 심각하게 떨어졌다. 평소 재무상황 점검 점수는 33.2점(2022년 55.8점→2024년 33.2점), 장기 재무목표 설정 점수는 36.1점(48.0점→36.1점)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
전체적으로 재무관리 활동에 취약한 모습이 이어졌다. 평소 재무상황 점검(43.4점), 장기 재무목표 설정(42.5점) 등은 여전히 낮아, 2022년에 이어 올해도 재무관리 부문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장기 재무목표가 있는 성인의 경우 가장 중요한 목표는 주택 구입(25.8%), 자산 증식(19.9%), 결혼자금(13.9%) 순이었다. 장기 재무목표 달성 수단으로는 저축 및 투자(84.1%)가 가장 많았고, 지출 규모 축소(47.4%)를 선택한 비중도 2022년(30.9%)에 비해 크게 늘었다.
금융태도 점수는 53.7점으로 2022년(52.4점)보다 1.3점 상승했다. 소비보다 저축을, 현재보다 미래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늘어난 영향이다. 특히 저소득층과 저학력층의 금융태도 점수는 오히려 중·고소득층보다 높게 나타났다.
다만 위험선호자의 금융태도 점수는 위험기피자에 비해 낮았다.
디지털 금융이해력(온라인 거래, 정보보안, 암호화폐 등)은 45.5점으로 2022년(42.9점)보다 2.6점 상승했다. 특히 70대 노령층, 저소득층, 저학력층의 점수가 크게 오르면서 계층 간 격차가 일부 완화됐다.
금감원과 한은은 “인플레이션, 금리 등 실생활과 밀접한 금융지식 교육 콘텐츠를 소셜미디어 등으로 적극 홍보하고, 청년층 1:1 재무상담, e-금융교육센터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맞춤형 교육을 확대하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학교 금융교육 내실화, ‘금융과 경제생활’ 교과목 안착 등 조기 금융교육 강화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 조사는 2024년 9~11월 전국 만 18~79세 성인 2400명을 대상으로 면접 설문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금감원과 한은은 앞으로도 2년 주기로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