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호주, 영국, 포르투갈 등 네 나라가 21일(현지시간) 차례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승인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가장 먼저 성명을 내고 "'두 국가 해법' 가능성을 지속시키기 위한 국제적 공조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같이 선언했다.
카니 총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주도의 국가를 인정하는 것은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종말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준다"며 "테러리즘을 정당화하거나 보상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영상 메시지에서 "평화와 '두 국가 해법'에 대한 희망을 되살리기 위해 나는 영국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공식 인정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도 "이것은 하마스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라며 "(두 국가 해법은) 하마스에 미래도, 정부 내 역할도, 안보에서의 역할도 없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마스에 부과할 추가 제재안을 수주 내로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한다는 성명을 내고 "호주는 팔레스타인인의 정당하고 오랜 염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파울루 한젤 포르투갈 외무장관은 미국 뉴욕에서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향한 유일한 길인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며 팔레스타인 승인 대열에 섰다.
이로써 193개 유엔 회원국 중 팔레스타인을 주권국가로 인정한 나라가 하루 사이에 147개국에서 151개국으로 늘었다. G7 국가 중 관련 선언을 한 것은 캐나다, 영국이 처음이다.
특히 '밸푸어 선언'을 작성하고 팔레스타인을 위임통치했던 영국 외교사에 있어 중대 국면이라고 영국 매체들은 해설했다. 밸푸어 선언은 1917년 아서 밸푸어 당시 영국 외무장관이 유대인의 대표 격이었던 월터 로스차일드에게 보낸 서한 형식의 발표다. 영국 내각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을 위한 민족적 고향(national home)' 수립을 지지하고 노력한다는 약속을 담은 선언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씨앗으로 지목된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마무드 아바스 수반이 "영국이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는 국제적 정통성에 기반해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하고 필수적인 단계"라고 말했다고 AFP에 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도 성명에서 "이번 인정은 팔레스타인 인민의 땅과 성지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고 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독립국가를 수립하는 데에 중요한 진전"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이스라엘에서는 즉각 반발이 터져 나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 성명을 내고 "팔레스타인을 인정하는 지도자들은 테러에 막대한 보상을 주는 것"이라고 비난하며 "요르단강 서안에 팔레스타인 국가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총회 참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상회담을 앞둔 네타냐후 총리는 "나는 미국에서 돌아와 우리나라 심장부에 테러국가를 세우려는 시도에 대한 대응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극우파로 분류되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팔레스타인 인정이 "살인자에 대한 보상"이라며 "유대와 사마리아"(요르단강 서안 점령지)에 대한 합병안을 대응책으로 내각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에 휴전 협상을 촉구해온 이스라엘 인질·실종자가족포럼은 캐나다 등을 향해 "아직 하마스에 인질 48명이 억류된 사실에는 눈을 감고 팔레스타인 국가를 무조건적으로 인정했다"고 비난했다.
22일에는 G7 일원인 프랑스도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며,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기간 몰타, 룩셈부르크, 벨기에 등도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은 상징적 의미가 강하지만, 이들 국가는 국제사회 만류에도 강도 높은 가자지구 전쟁을 이어가는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 효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을 지지하며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번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