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과 주요 은행들이 최근 급증하는 가계대출과 부동산 시장 과열 우려에 대응해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주택 거래량이 급증하고 계절적 요인으로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금융권 전반에 걸쳐 가계대출 관리 방안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0일 "1분기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초과한 금융회사에는 개별 경영진 면담 등을 통해 초과 원인을 점검하고 관리 계획 준수를 유도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지역별 주택담보대출 신청‧승인건수 등 선행지표에 대한 모니터링체계를 고도화하는 등 시장상황을 보다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다주택자 주택구입·갭투자 등 투기적 요소가 차단될 수 있도록 금융회사의 자율관리 조치 강화 등을 지도하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국토교통부, 서울시, 기획재정부 등과 부동산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주요 지역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침을 내놨다.
금융위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경기 과천, 하남 등 주요 지역의 주택 거래량과 대출 추이를 매일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이달 주담대는 지난달의 절반 수준이지만, 통상 매매와 대출까지 1~2개월의 시차가 있어 지역별로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의 2월 주택 거래량이 8910건으로 1월 대비 50% 증가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2월 서울 주택 거래량 급증에 이어 3월 거래량도 최근 고점인 작년 7월(1만3725건)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가계대출이 3년 만에 최대치인 9조7000억원 늘어난 사례를 고려할 때, 이번에도 거래량 증가가 대출 급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금융당국은 경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대출 보증 책임 비율을 100%에서 90%로 낮추는 시기를 7월에서 5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또한 디딤돌(구입)과 버팀목(전세) 등 정책 대출이 수도권 주택시장 과열 요인이 된다고 판단되면 대출금리를 추가 인상할 계획이다.
권 사무처장은 "투기적 수요는 스스로 차단하도록 금융권에 요청했다"라며 "대출 관리가 잘 안되면 추가적인 강력한 대출 억제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은 다주택자 대출을 제한하는 등 자체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21일부터 서울 지역에서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SC제일은행은 26일부터 다주택자 대상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를 중단하며, 대환대출과 추가 주담대도 제한한다.
국민은행은 이미 다주택자 신규 주담대 제한과 갭투자 방지를 위한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제한을 시행 중이다.
하나은행도 다주택자의 주담대를 일부 지역에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투기성 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 구조로 재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완화됐던 대출 규제가 다시 강화되면서 갭투자와 같은 투기적 거래가 줄어들고 실수요 중심의 대출 구조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시장의 반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추가적인 강력 규제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은행들에게는 일별·월별 가계대출 총량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세는 당분간 억제될 것으로 보이나, 장기적으로는 실수요자 보호와 시장 안정화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과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