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필리핀 칼람바에 위치한 삼성전기 현지 생산법인(SEMPHIL)을 찾아 '기회 선점'을 주문했다. 필리핀 삼성전기 현지법인은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ulti-Layer Ceramic Capacitor, MLCC)를 생산하는 곳이다.
7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6일(현지시간) 삼성전기 현지 법인을 방문, MLCC 생산 라인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현장에서 인공지능(AI)과 로봇, 전기자동차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를 선점할 것으로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하는 부품이다. 회로에 들어오는 전류가 일정하지 않으면 전자제품이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고장이 날 수 있어, MLCC가 반도체에 전기를 일정하게 공급하는 일종의 '댐' 역할을 한다. 이 회장이 수시로 부산과 수원, 중국 톈진 삼성전기 사업장을 찾는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풀리자마자 이 회장이 찾은 곳은 톈진 삼성전기 MLCC 사업장이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톈진 사업장을 찾아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이 회장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2020년 5월 이후 3년 만이었다. 이 회장은 지난 6월에는 수원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하는 등 MLCC 사업에 애정을 보여왔다.
지난 97년에 설립된 필리핀 생산법인은 2000년부터 IT용 MLCC와 인덕터 등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고성능 전장용 MLCC 추가 생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련업계는 지난해 4조원 규모였던 MLCC 시장이 오는 2028년 9조500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IT용 MLCC가 1000개 정도 탑재되는 반면 전기차에는 전장용 MLCC가 2만개 가량 탑재되고, 가격도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회장이 MLCC 부문에서 시장 선점을 주문한 배경이다.
삼성은 부산을 MLCC용 핵심 소재 연구개발과 생산을 주도하는 첨단 MLCC 특화 지역으로 육성하는 한편, 중국과 필리핀은 IT·전장용 MLCC의 글로벌 핵심 공급 거점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