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4월 우리은행 본부부서 차장급 직원은 약 712억원을 횡령했다. 이 직원은 재판에 넘겨져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6월 10일. 우리은행에서 또 다시 1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은행 경상남도 김해 지점에서 근무하던 대리급 직원 A씨는 100억원 상당의 고객 대출금을 횡령했다. 올해 초부터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대출금을 빼돌렸다. 이 직원은 이렇게 횡령한 돈으로 해외 선물 등에 투자했다가 약 60억원을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금융사고가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은행 측은 사고가 날 때마다 사과를 하고, ‘자정선언’을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들을 내놓지만 실제적으로는 ‘구두선’에 그치고 있는 모습니다. 소위 ‘재발 방지 조치’들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우리은행 측은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이번 횡령을 적발했다고 밝힌다. 지난달 여신감리부 모니터링을 통해 해당 대출의 이상 징후를 확인했고, 추가 횡령을 차단했다는 게 우리은행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직원의 횡령이 시작되고 이어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사고 과정에선 내부통제 시스템 상 이상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인가. ‘사고 금액을 100억원으로 막았으니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했다’고 우겨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검사 인력을 우리은행 김해 지점으로 급파해 현장검사에 돌입했다. 금감원은 이번 현장검사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을 세밀하게 따져본다는 계획이다. 당연한 소리다.
사고를 일으킨 A씨는 지난 10일 경찰에 자수했으며, 우리은행도 상세한 경위를 파악하고 횡령금을 회수하기 위해 특별검사팀을 해당 지점에 급파했다. 내부 감사, 구상권 청구, 내부통제 절차 점검 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잇따른 금융사고에 대해 이제는 우리은행 경영진에도 책임을 묻는 강력한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우리은행에선 고객 정보 무단 사용, 홍콩ELS 사태 등 금융사고로 불릴 일들이 수시로 생겼다. 그럴 때마다 은행 측은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를 다짐했다. 금융당국도 이를 엄중하게 주문했음은 물론이다.
2022년 금융사고 이후 지난해 우리은행의 모기업인 우리금융은 지주차원에서 자체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내걸었다. 영업조직에도 내부통제 전담인력 배치, 모든 직원이 내부통제 업무경력을 갖출 것, 내부자 신고에 최대 10억원의 포상 등의 내용을 담은 방안이었다.
그럼에도 금융사고가 또 터졌다.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그 많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금융사고는 왜 끊이지 않는가. 신의성실의 자세로 고객 자산을 운용하고 관리해야 하는 은행에서, 그것도 대형 시중은행에서 연례 행사처럼 금융사고가 터지는가.
과거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이력이 있어서인지 우리은행은 유난히 정치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연말 인사철이 되면 정치권에 줄 대느라 경영진들이 ‘아예 일손을 놓는다’라는 말도 나온다.
이번 금융사고의 책임 소재가 어떻게 가려질 진 알 수 없으나, 이제는 더 이상 우리은행에서 대형 금융사고가 생겨나지 않도록 경영진에도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도 못하는 경영진은 더 이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