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쿨존' 음주운전 사망사고 뺑소니 혐의 적용…유족 변호인의 조력 있었다

'도주 의사 없다고 봤다'던 경찰, 검찰 송치 때 뺑소니 혐의 적용
이인석 변호사 "방대한 사례 분석 통해 적절한 선례 제시"

 

[라온신문 안광일 기자] 초등학교 스쿨존에서 만취해 차를 몰다 초등학생을 숨지게 한 30대 남성 A씨에게 결국 도주치사(뺑소니)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이 구속영장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치사(소위 '민식이법') 및 위험운전치사, 음주운전 혐의만 적용하면서 논란이 제기돼 왔다.

 

경찰은 지난 9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의관한법률(도주치사)·어린이보호구역치사·위험운전치사·음주운전 혐의로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피의자 A씨는 지난 2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B군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지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운전했으며, 초등학교 후문 인근 자신의 집 차고로 들어가는 길에 사고를 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전 집에서 혼자 맥주를 1~2잔 마셨다”고 진술했으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으로 만취 상태였다.

 

당초 경찰은 A씨가 주차를 마친 뒤 약 40초 만에 현장에 갔으며, 이후 주변인에게 112 신고를 요청한 점 등을 고려해 도주 의사가 없는 것으로 봤다.

 

이에 지난 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치사(소위 '민식이법') 및 위험운전치사, 음주운전 3가지 혐의만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피해자 유족 및 같은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도주치사 혐의가 빠진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유족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학생 및 학부모, 지역주민 등 약 5000명의 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모아 지난 7일 강남경찰서에 제출하기도 했다.

 

유족 측은 탄원서를 통해 “가해 운전자에게 뺑소니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 등 운전자의 책임이 축소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 사건의 수사가 부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피해학생이 다니고 있던 초등학교 학부모회도 사건을 수사 중인 강남경찰서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유족을 대리하고 있는 경찰대 출신 이인석 변호사(법무법인 더프라임)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체포 및 구속으로 수사기간이 제한돼 있다 보니 경찰이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갈리는 법리적으로 모호한 죄명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다행히 방대한 사례 분석을 통해 적절한 선례를 제시해 경찰의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피해자 유족의 아픔이 수사기관과 법원에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내년 중 청담동 언북촌 후문 인근에 단속용 무인 카메라와 서행 통과를 알리는 적색 점멸등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인근 도로에 횡단보도를 추가하고 기존에 있던 과속방지턱도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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