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고려인 4명 중 1명 "차별받아도 달라질 거 없어 참는다"

안산 거주 동포 2만명 돌파…저임금·언어 차별 속 77%가 "구제 불신"

 

경기 안산시에 거주하는 고려인 동포 4명 중 1명은 일상적인 차별과 인권 침해를 당하고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침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산미래연구원은 최근 안산 거주 고려인 동포 주민의 인권 실태를 진단하고 제도적·행정적 보완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고려인 재외동포 주민 인권 실태조사'를 처음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안산시 지원 조례에 따라 실시된 법정 조사로, 안산 거주 고려인 400명을 대상으로 한 대면 설문 조사방식으로 2025년 8월 25일부터 9월 26일까지 한 달간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산 거주 고려인들이 겪은 가장 심각한 차별 사례로 '한국어 미숙으로 인한 불이익'(34.4%)을 꼽았다.

 

이어 '한국인과 같은 일을 하고 더 적은 임금을 받은 일'(12.6%), '한국인들이 하지 않는 위험한 일을 함'(8.0%), '한국인들이 쳐다보며 수군거림'(5%) 등이다.

 

인권 침해를 가하는 주체는 '한국인 사업장 상사나 동료'(31.4%)가 가장 많았으며, '일반 시민'(27.0%). '공무원'(9.1%), '다른 고려인 주민'(9.1%), '가족 및 친지'(3.8%)가 뒤를 이었다.

 

이는 고려인들이 주로 일터와 일상, 공공영역 전체에서 권리침해를 경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피해자들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인권 침해 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참았다'는 응답이 25.1%에 달했다.

 

참은 이유로는 '한국어 미숙'(29.9%)과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29.9%)가 공동 1위였으며, '방법을 몰라서'(15.6%)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응답자의 35.4%는 '인권침해 발생 시 알리지 않겠다'고 했으며, 이들의 77.0%는 그 이유로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해 구제에 대한 불신과 무력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기관·타인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에도 37.6%는 '상황에 변화가 없었다'고 답했다.

 

이러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응답자들은 안산시 고려인 주민 인권 상황을 3.4점(5점 척도)으로 평가했다.

 

안산시 고려인 공동체는 양적으로 크게 팽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산 거주 고려인 인구는 2013년 6천307명에서 2025년 2만2천939명으로 3.6배 증가했다.

 

고려인들이 안산에 거주하는 주된 이유는 가족·친척(63.9%)과 일자리(21.5%)였다.

 

주거 실태의 경우 '보증금 있는 월세'가 78.7%로 압도적이었으며, 대부분 노후 주택 위주의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었다.

 

응답자들은 주거 환경의 한계를 알면서도 일자리와 동포 네트워크 때문에 '안산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현재 안산시는 전국 기초지자체 중 선도적으로 전담 부서와 고려인문화센터를 운영하며 보육·교육·일자리 등 다층적인 정착 지원 인프라를 구축해 오고 있다.

 

연구원은 향후 정책 대안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잇는 거버넌스를 구축해 정책 실효성을 높이고, 고려인을 시혜적 지원 대상인 이주민을 넘어 실질적인 권리를 누리는 '지역 주민'으로 대우하는 제도적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석환 안산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주 고려인은 일자리를 찾아 잠시 머무는 이방인이 아니라 이미 지역사회에 정착해 생활하는 주민"이라며 "이번 조사가 이들의 삶의 여건을 개선하는 실질적인 정책 기초 자료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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