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쪽으로 맘바꾼 트럼프, 러에 전쟁 지속 '프리패스' 안겼나

회담 전 공언한 '즉각휴전' 대신 수년 걸릴지도 모를 '안보보장' 선회
휴전 절박한 우크라 사정 외면…푸틴에겐 우크라 계속 때릴 시간 벌어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휴전 요구를 포기한 것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쟁을 무기한 지속할 수 있는 '프리패스'를 부여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트럼프, 푸틴의 우크라이나 접근법에 굴복: 휴전, 데드라인, 제재는 없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회담 결과를 이같이 분석했다.

 

지난 15일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은 극적인 반전으로 막을 내렸다.

 

당초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즉각적인 휴전을 이번 회담의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며 이를 달성하지 못할 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등 '심각한 결과'를 경고해왔다.

 

하지만 그는 회담이 끝난 뒤 즉각적인 휴전은커녕 러시아에 그 어떤 제재도 부과하지 않았고, 푸틴의 입장을 수용하며 평화협정을 통한 전쟁 종식 쪽으로 입장을 선회할 뜻을 밝혔다.

 

문제는 푸틴이 요구하는 평화협정의 조건이 현실성이 떨어져 합의 도달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NYT는 "푸틴의 장기 평화협정 조건은 너무 광범위해서 우크라이나와 유럽 지도자들이 동의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트럼프는 푸틴과의 회담 이후 합의 달성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와 유럽으로 전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로 가는 길에 "나는 이 살육을 멈추기 위해 왔다"고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의 고통을 외면했으며, 푸틴에게 전쟁을 계속할 시간을 벌어줬다고 NYT는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사를 지낸 이보 달더는 "그(트럼프)는 또다시 농락당했다"며 "휴전, 심각한 경제적 후과, 실망감에 대한 모든 약속에도 불구하고 푸틴이 트럼프를 다시 농락하는 데에는 레드카펫 위에서 2분, (미국 대통령의 전용 차량인) 비스트 안에서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이러한 입장 선회가 1938년 9월 영국 총리 체임벌린과 독일 히틀러의 뮌헨 회담을 연상시킨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당시 체임벌린은 독일인이 많이 거주하는 체코슬로바키아의 일부(주데텐란트)를 할양하라는 히틀러의 요구를 들어줬다. 이는 나치 독일의 팽창을 막지 못한 유화정책으로 비판받았고, 결국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을 "국제 외교 역사상 가장 구역질 나는 에피소드"라고 맹비난했다.

 

그런데도 우크라이나와 유럽 지도자들은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모양새다. 일부는 알래스카로 가는 길에 트럼프가 나토 회원국 지위는 아니더라도 미국이 유럽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일종의 안보 보장을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발언한 것에 고무됐다고 NYT는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는 우크라이나, 미국, 러시아 간의 3자 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지지한다"며 "지도자 수준에서 핵심 문제들을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며, 3자 형식이 이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역시 "트럼프의 노력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만들었다"며 그를 치켜세웠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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