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이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가상화폐로 평가받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조례를 내달 1일 시행하며 당국이 직접 코인 발행 라이선스를 발급, 관리한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며 미국과 기술 경쟁을 벌이는 중국이 홍콩을 통해 달러 중심의 국제 통화 질서에 도전장을 내밀며 미국의 글로벌 금융패권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홍콩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에 대한 관리·감독 등의 규제를 담은 '스테이블코인 조례'가 홍콩에서 내달 1일 시행된다.
스테이블코인이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달러화나 금 등 특정 자산에 가치를 고정한 가상화폐를 말한다.
앞서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 발급을 원하는 기업은 오는 9월 30일까지 신청서를 제출하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50개 이상의 기업이 이를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중국의 대표 인터넷기업들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세계 최대 핀테크 기업인 중국 앤트그룹은 모바일 결제 앱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 인터내셔널을 통해 홍콩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징둥도 산하 블록체인 부문인 JD 코인체인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J코인(JCOIN)과 조이코인(JOYCOIN) 발행을 예고해 관심을 끌었다.
다만 홍콩 당국은 과열 분위기를 경계하며 우선은 소수에게만 라이선스를 발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차 라이선스 발급 대상은 내년 초 확정될 전망이다.
홍콩의 스테이블코인 조례 시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스테이블코인의 규제 틀을 마련하는 '지니어스 법'에 서명한 뒤 이뤄지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중국의 '규제 시범 지대' 역할을 하는 홍콩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얼마나 잘 안착하고 활성화할 수 있을지 중국 정부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상화폐를 금지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디지털 위안화와 개념이 유사한 위안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개방적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매체는 지난 달 스테이블코인 확산 추세에 대응해 위안화 국제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모건스탠리의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빈 싱은 블룸버그에 "중국은 달러 중심 결제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싶어한다"며 "홍콩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점진적 진보와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중 90% 이상이 달러 연동이라고 홍콩경제일보는 전했다.
홍콩경제일보는 "스테이블코인은 가상화폐와 전통 화폐 사이에서 단순히 가격 안정 수단으로 활용되는 역할을 넘어 글로벌 결제 시스템과 통화 주권 경쟁을 재조립하는 매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 당국은 스테이블코인 조례 시행이 임박해지면서 시장이 과열되는 분위기가 나타나자 투기 열풍을 경고했다.
HKMA는 무분별한 테마주 남발 현상에 우려를 표하면서 투자자들에 대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홍콩 증시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일부 테마주는 올해 들어 주가가 1천% 가까이 폭등했으며, 증권사인 궈타이쥔안궈지(國泰君安國際)가 홍콩 증권감독위원회로부터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 승인을 받은 지난달 24일 당일 주가가 198% 급등하기도 했다.
한편에선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계기로 홍콩이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등으로 중국 본토의 개입이 강화되고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면서 홍콩의 자리를 싱가포르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는 평가 속에서 홍콩 시장의 반응에 당분간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