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의 기회균등] 정부의 온라인 공연장 "비주류 장르에 대한 배려없어"


twi001t2921600.jpg

 

지난 9월 정부는 예산 290억을 들여 온라인 K팝 공연장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한 음악 평론가는 삽질이라고 평했다. 현장 여론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음악 관계자들과 공연기획업에 종사는 이들은 정부의 온라인 공연장이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우리나라 공연장 전체 비율 중 소규모 공연장은 54.9%나 차지한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해 소규모 공연장이 모두 손가락만 빨고 있는 상황에 온라인 K팝 공연장은 정부의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온라인 공연장은 최소 300~500평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1인 또는 적은 인원의 밴드가 대다수인 인디 뮤지션들에게는 커다란 공연장은 필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이유로 멤버 수가 많고 백댄서를 필요로 하는 아이돌에게 무대에 설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온라인 공연에 대한 수요도 마찬가지다. 인디 아티스트의 공연은 소규모의 공연장에서 단란한 현장의 분위기로 진행되는 것이 매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 팬덤을 가진 아이돌 그룹들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다.

 

더구나 정부의 입장에서도 수백억의 예산을 들여 완성한 온라인 콘서트장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성공적인 실적을 내야 하기 때문에 화제성이 뛰어난 유명 아이돌을 섭외할 것이고, 결국 인디 뮤지션들에게는 무대에 설 기회는 없을 것이다.

 

아이러니 한 건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세계적인 팬덤을 가진 그룹은 정부의 지원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이미 자본을 가진 소속사가 그룹의 맞춤형 온라인 플랫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온라인 공연장에 대해 보여주기식이라고 일침을 가하는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 밖에 없다. 거대 예산을 공연장 조성에 사용한다는 건 공연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과 경쟁을 하는 것이며 소규모 공연시장의 숨통을 끊어놓는 행위다.

 

음악 관계자들은 정부의 지원이 세심하고 실질적이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테면 공연장이 아닌 온라인 공연을 실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거나, 온라인 공연을 송출하는 유튜브나 네이버에서 가져가는 수수료를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 19 사태가 종료된 후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소규모 공연장이 줄도산을 하고 마침내 코로나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풍비박산 공연업계를 다시 되살리기에 또다시 대규모의 예산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길게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추천 비추천
추천
0명
0%
비추천
0명
0%

총 0명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