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RLS INDIE] '젠더 감수성' 결여된 인디업계…씁쓸한 '홍대 여신' 수식어의 단면

tip109t005795_l.jpg

 

직업 앞에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젠더의식의 부재는 전 분야에 걸쳐 만연하다. 인디신에서도 유독 여성 인디 뮤지션에게만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남성 뮤지션은 ‘남성 뮤지션’이라 부르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렇다면 왜 여성 뮤지션만 ‘여성 뮤지션’,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사실을 강조할까. 잠깐이라도 의구심을 품어봤다면 독립 음악 산업 구조 속 소비되는 여성의 이미지를 유추해볼 수 있다.


특히 10여 년간 사용돼 온 ‘홍대 여신’, ‘홍대 미녀’ 등은 인디신 내 여성의 입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수식어다. 이는 뮤지션의 다양한 모습과 전문적인 음악성을 ‘여신’이라는 외적 평가요소로 압축한 전형적인 대상화다. 이런 입지를 타개하기 위해 뮤지션과 그 음악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예술과 젠더라는 주제는 지난 2017년 미투 운동(Me Too movement) 이후 본격화됐다. 미투 운동은 성폭행·성희롱을 여론의 힘으로 결집해 사회적으로 고발하고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이후 대다수 분야에 걸쳐 젠더 감수성의 부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미투 운동을 계기로 페미니즘을 파헤쳐보니 어느 분야에나 ‘여성’이라서 겪는 차별이 있었다. 심각한 문제는 이를 당사자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


마치 엄마만 끌어야 할 것 같은 ‘유모차(乳母車)’, 인구 감소가 여성의 탓인 듯한 ‘저출산(低出産)’, 아들만 품는 기관인 듯한 ‘자궁(子宮)’ 등은 잔재하는 성불평등을 대변한다.


같은 맥락으로 인디 신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홍대 여신’, ‘홍대 미녀’를 칭찬의 수식어로 내건다. 음악적 재능이야 어찌 됐건 얼굴로 평가받는 처지다. 반면 ‘홍대 남신’, ‘홍대 미남’은 어색하게 들린다. ‘고막 남친’, ‘감성 보컬’ 정도가 익숙한 수식어다. 뮤지션의 본업에 맞게 목소리, 음색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어째서 여성에게만 외모를 비유하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을까.


오랜 세월 여성의 외모는 ‘상품가치’로 통했다. 특히 대중 앞에 서서 인지도로 먹고사는 연예인이라면 이보다 중요한 게 없다고도 여겨졌다. 아이유, 볼빨간사춘기, 레이디제인, 요조, 오지은이 그만한 외모를 겸비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그들은 외모를 떠나 실력으로도 충분히 인정받을 만큼 출중하다. 하지만 대중들의 잣대는 실력에만 집중돼 있지 않다. 특히 여성에게 그렇다. 현 시대 문화·가요계의 씁쓸한 단면이다.


추천 비추천
추천
0명
0%
비추천
0명
0%

총 0명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