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위상 높아지면 뭐하나, 배곯는 음악인 여전해

 

[라온신문 서유주 기자] 디지털 음악 기술의 발전과 케이팝(K-Pop)으로 대표되는 대중음악의 세계화로 인해 국내 음악 시장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2년의 싸이와 2018년의 방탄소년단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한국 대중음악에 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6년을 기준으로 음악산업의 수출액은 4억 4257만 달러로 전년 대비 16.2% 증가했으며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1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MIDI(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로 대표되는 디지털 음악 기술의 발달로 녹음, 믹싱, 편곡까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손쉽게 할 수 있게 되면서 뮤지션들이 좀 더 수월한 방식으로 음반을 제작할 수 있게 돼 음악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춤으로써 더 많은 인재가 대중음악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중화로 인해 음악에 대한 ‘소유’보다는 ‘소비’에 대한 인식이 강해지면서 디지털 음악 매출규모가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최대 온라인 음악 플랫폼인 멜론의 경우 3백만 명 이상의 유가 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음원 다운로드의 경우 매출 규모가 2011년에 약 6천 7백만 달러에서 2014년에 6천 2백만 달러로 감소했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는 2011년에 5천 9백만 달러에서 2014년에 1억 7백만 달러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렇듯 음악제작 기술의 발전과 음반유통시장의 변화, 케이팝의 세계적인 인기로 인해 대중음악 시장이 확대되고 대중음악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대중음악 산업에 종사하는 예술인들의 직업적인 지위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2015년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대중 음악 예술인 중 전업예술인과 겸업 예술인의 비율이 각각 절반씩이며 전업예술인의 80.3%가 프리랜서 계약이며 겸업예술인의 경우 그 비율이 90.8%에 달한다. 아울러 전업예술인 중 정규직은 2.5%에 불과하며 겸업예술인 중에서는 정규직의 비율이 극히 드물었다. 아울러 겸업예술인의 약 94%가 소득문제 때문에 예술활동에 전념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대중음악 예술인의 직업지위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프리랜서 종사자를 대상으로 2015년에 실행된 ‘대중음악 프리랜스 뮤지션 실태조사’에 따르면 프리랜스 뮤지션의 71.1%가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프리랜스 뮤지션의 76.9%가 음악 활동 이외의 소득이 있었으며 이들 중 27.6%는 음악활동 외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이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술인의 직업지위 상의 불안정성과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은 비단 대중음악 예술인만이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예술인 실태조사'는 대중음악, 문학, 미술을 비롯한 14개 분야 예술인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다른 영역에 종사하는 예술인들 역시 대중음악 예술인과 유사한 수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5년도 ‘예술인실태조사’에서 구한 예술인의 월평균 소득을 비교한 결과 총 10분위로 나누었을 때 7분위를 기점으로 이해 분위에서는 전체 소득 수준보다 예술인의 소득 수준이 미치지 못하지만 7분위 이후부터는 예술인의 소득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술인 집단 내부의 소득 격차가 일반 노동자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나타내며 전체 노동자를 기준으로 한 중위 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예술인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러한 예술인들을 위해 1인당 300만원 규모의 창작준비금을 지원하거나 직업역량 개발 및 안정적인 수입 확보를 위한 예술인 파견지원사업, 예술인 산재보험 지원 사업 등을 운영하는 ‘예술인 복지법’이 마련돼 있지만 이는 예술 노동이 내포하고 있는 불안정성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단기적인 수준에서 해소해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술인의 대부분이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프리랜서 계약은 안정된 조직에 속해 있는 경우에 비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작업기회를 보장받기 어려우며 조직 혹은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기술훈련의 기회도 확보하기 어렵다. 

 

프리렌서 계약 혹은 프로젝트 기반 노동은 단지 경제적 불안정성 만을 유발하지 않는다. 불확실한 예술 노동시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실패 혹은 좌절에 대해 경험을 공유하거나 이를 극복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안정적인 조직이나 공동체가 없다면 안정적으로 예술활동을 이어나가기 어렵다.

 

특히 예술노동시장에 막 진입한 청년 예술인의 경우에 실패나 좌절에 대해 공유하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조직이나 공동체의 존재가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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