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인디] 추억의 포크송이 가득한 ‘쎄시봉’

[라온신문 김소민 기자] 한국 대중음악사를 뒤돌아보자면 1960년대 이전에는 어른들이 음악 시장을 주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반 서민들은 트로트 음악이나 극장 쇼 등을 통해 소비한 반면 비싼 LP를 구비할 수 있었던 상류층의 경우는 클래식을 위주로 음악 소비를 했다.

 

이후 1960년 초반 팝송을 소개해주는 TV 방송이 생기면서 팝송이 사랑받기 시작했는데 이에 팝송을 들을 수 있는 음악감상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음악 감상실 중에서도 젊은 감성을 띠는 곳이 있었는데 무교동에 위치한 ‘쎄시봉’이었다.

 

DJ가 신청곡을 틀어주던 여타 음악감상실과는 다르게 쎄시봉에는 요일별로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었고 대학생들이 음악을 부르며 무대를 꾸미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1967년 송창식과 윤형주가 트윈폴리오라는 한국 최초의 통기타 듀엣을 결성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쎄시봉’이라는 자유로운 음악을 할 수 있던 음악감상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쎄시봉’은 트윈폴리오에 숨겨진 제3의 멤버 오근태가 있었다는 설정으로 출발해 ‘트리오 쎄시봉’의 탄생 비화와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김현석 감독은 “20살 무렵의 어설프지만 풋풋하고 가슴 아팠던 사랑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고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왔을 것이다. 관객들이 부모님 세대가 이런 음악을 들으며 우리와 똑같은 고민과 아픔을 겪고 사랑했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감독이 언급했듯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은 부모님 세대라면 반가워할 만한 내용으로 ‘통금’ 시간에 맞춰 도로를 뛰는 장면, 미니스커트 단속을 하는 장면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무엇보다 영화 ‘쎄시봉’에서는 대중가요계에서 포크가 한창 주류를 이루던 시절 유행했던 음악이 끊임없이 흐른다. 총 27곡이 삽입돼 저작권 협회, 외국 저작권자, 음반사, 가수에게 든 저작권료만 약 6억 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인공인 트윈폴리오의 데뷔곡인 ‘하얀 손수건’, 민자영을 향한 오근태의 사랑을 담은 ‘웨딩케이크’, 윤형주, 송창식, 오근태 세 명의 트리오의 화음이 돋보이는 ‘웬 더 세인트 고 마칭 인’, 송창식의 대표곡 ‘담배가게 아가씨’, 조영남의 ‘딜라일라’,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 주옥같은 음악들은 귀를 즐겁게 한다.

 

 

대부분의 배역이 실제 인물이 있는 만큼 배우들은 완벽한 몰입을 위해 기타와 노래 연습을 3개월간 했으며 그 결과 완벽한 싱크로율을 선보이면서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시대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그때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 그리고 고단함을 달래주는 편안한 영화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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