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의 놀이터' 팬 플랫폼 마련해야

 

[라온신문 서유주 기자] 흔히들 '덕질'이라고 하는 팬심은 가수에게도 팬들에게도 원동력이 되는 주요한 요소다.직접 발로 뛰며 '우리 오빠'를 만나러 다니던 공개 방송 시대를 지나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팬 카페 시대가 있었고 현재는 팬들과 원만한 소통을 위해서 팬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플랫폼으로는 하이브의 '위버스', 네이버 'VLive' ,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 등이 있다. 

 

팬 플랫폼은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물리적으로 분리된 ‘가수/팬’ 관계를 상호연결된 ‘가수-팬’관계로 전환시킨다. 온라인 콘서트에서 팬 플랫폼의 역할은 가수와 팬 사이에서 양자를 매개하며 가수-팬 네트워크를 도모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가수와 팬이라는 구체화된 구성원과 더불어 가상의 공간인 팬 플랫폼까지 온라인 콘서트의 핵심요소가 된다. 가수와 팬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들을 하나로 집결하는 팬 플랫폼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가수는 팬 플랫폼을 통해 퍼포먼스를 송출할 뿐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의 특질을 토대로 온라인 콘서트만의 퍼포먼스를 구축한다.

 

비욘드 라이브는 가상과 현실이 한 차례 흐려진 온라인 콘서트의 환경을 이용해 전략적으로 AR 기술을 덧대 퍼포먼스를 증강한다. 한편 ‘방방콘 The Live’은 물리적으로 떨어져 개별적으로 온라인 콘서트를 시청한다는 점을 활용해 ‘랜선 집들이’라는 허구적 설정을 내세운다. 이때 팬은 티켓을 사서 플랫폼에 진입한 뒤, 가수 및 다른 팬들과 상호작용하며 팬덤 공동체를 이룬다. 예를 들어 팬은 화상 카메라를 통해 가수가 위치한 콘서트장의 전경을 이루거나 응원봉을 연동시켜 퍼포먼스와 동기화된다. 이처럼 팬은 온라인 콘서트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흔적을 남기는데 이러한 과정은 가수와 팬, 팬과 팬 사이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킨다.

 

이처럼 팬 플랫폼은 가수와 팬 사이에 끼어 퍼포먼스를 팬에게로, 팬 참여를 가수에게로 전달하는 매개체라 할 수 있다. 팬 플랫폼은 내부와 외부를 구분할 수 없는 가상의 공간으로 물리적 실체를 갖는 콘서트 공연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오프라인 콘서트의 공간은 가수와 팬이 무대를 중심으로 역할이 구분된다. 이때 무대는 허구가 통용되는 무대 위 공간과 현실 법칙에 기초한 무대 아래 공간을 나누는 장치다.

 

온라인 콘서트에서 무대는 퍼포먼스를 재현하는 인터페이스로 대체된다. 이때 팬은 PC, 태블릿, 모바일 등 인터페이스에 재현된 퍼포먼스에 몰입해 인터페이스 안으로 들어간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즉 팬은 디바이스에 재현된 퍼포먼스가 가닿을 수 없는 환영임을 알면서도, 실제 무대에 몰입하듯 인터페이스에 몰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팬 플랫폼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무대이자 양자를 결합하는 콘서트 공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콘서트는 가지치기하듯 전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다. 실제로 ‘방방콘 The Live’는 107개국에서 최대 75만 6000명이 결집했는데 이는 약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의 15배 규모에 해당한다. 이처럼 팬 플랫폼은 디지털 코드로 이루어진 실체 없는 디지털 코드지만, 팬과 가수를 매개해 문화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행위자라 할 만하다. 여기서 행위자란 어떠한 행위를 통해 결과를 산출해낼 수 있는 행위능력(agency)을 가진 존재로서 인간과 비인간 모두를 포괄한 개념이다. 행위자는 관계 지향적 존재로서 다른 행위자와 관계를 맺고자 움직이는데, 이때 행위자가 움직인 궤도가 곧 네트워크이다.

 

온라인 콘서트의 네트워크는 인터넷 네트워크를 의미함과 동시에 분리된 상태의 행위자들이 원격작용을 통해 서로 영향을 미치며 관계를 맺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팬 플랫폼은 가수와 팬을 연결하는 교두보로서, 가수-팬 플랫폼-팬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확립한다. 이 삼원적 요소는 원격 상호작용을 통해 전 세계에 걸쳐 연결되며, 요소 간 상호작용이 거듭되는 과정에서 행위자와 네트워크의 규모가 확장된다.

 

가령  ‘방방콘 The Live’의 경우 공연 관련 실시간 해시태그 수가 위버스와 트위터 기준으로 646만 건을 기록했고 슈퍼주니어 'Beyond the SUPER SHOW'의 경우 멕시코, 베트남,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칠레, 페루, 에콰도르 등 13개 지역에서 실시간 트위터 해시태그 1위를 달성했다.

 

이처럼 온라인 콘서트에 참여한 팬은 SNS 등을 통해 또 다른 팬과 상호작용하며 관계를 맺는데 이 과정을 통해 유입된 팬은 온라인 콘서트의 의미구성에 참여한다. 이후 유입된 팬은 또 다시 다른 팬을 불러오고, 이를 통해 유입된 또 다른 새로운 팬은 존재론적 기입을 지속한다. 결과적으로 온라인 콘서트는 팬 플랫폼이라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활용해 하나의 유기적 관계망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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