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혹한에는 언제 봄이오나 싶더니 어느새 봄기운이 만연하다. 개화를 앞둔 꽃봉오리를 움트게 하는 봄바람이 설렘도 안고 온다. 설렘 가득한 봄날씨를 만끽하려면 음악도 빠질 수 없겠다. 살랑이는 봄바람 불 때 들으면 좋을 인디음악, 뭐가 있을까. ■ 독보적인 음색의 10cm <폰서트> 2017년 10cm가 권정열 1인 체제에 들어선 후 처음 발매한 정규 앨범 <4.0>의 타이틀곡이다. 멤버 탈퇴가 떠들썩하게 이뤄져 그룹의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었음에도 특유의 유머와 개성이 그대로 담겨 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전화를 걸어 ‘너’만을 위한 ‘콘서트’처럼 노래를 불러주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실제로 앨범 발표 후 한 명의 관객에게만 노래를 들려주는 특이한 공연을 펼쳐 화제를 모았다. 코로나19로 콘서트에 가지 못하는 상황에 10cm의 ‘폰서트’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보는 건 어떨까. 이건 세상에서 제일 비싼 단독 공연가수는 나고 관객은 너 하나화려한 막이 이제 곧 올라가기 전에그저 몇 가지만 주의해줘요 세상에서 제일 편한 옷을 갈아 입고제일 좋아하는 자리에 누워배터리가 바닥나지 않게 조심하고통화상태를 항상 유지해줘요 듣고 싶은 노래를 말
비 오는 날 파전이 생각나는 이유는 고소한 기름에 부침개를 부치는 소리가 빗소리를 닮아서라고 한다. 같은 이유에설까. 비 오는 날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도로 위 차문을 때리는 빗줄기, 지붕을 적시는 빗방울은 어쩐지 드럼 소리를 닮았다. 통통 튀는 게 꼭 젬베 같기도 하다. 장구소리도 겹친다. 쉼 없이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이 모여 변화무쌍한 타악기가 된다. 비는 맞기 싫어도 감성에는 젖고 싶다면 꼭 들어봐야 할 인디음악을 추천한다. ■ 독보적인 음색 김수영 <비워내려고 합니다> 김수영은 대중들에게 친숙한 아이유의 ‘좋은날’, Sting의 ‘Englishman in New York’ 등을 커버해 유튜브에서 입소문을 타며 정식 가수로 성장했다. ‘비워내려고 합니다’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 소속한 후 처음 발표한 곡이다. ‘사랑이 아님을 깨닫고 사랑했던 마음을 비우겠다’는 감정을 담은 곡인 ‘비워내려고 합니다’는 매력적인 김수영의 보이스를 비롯해 뮤직비디오 또한 몽환적인 느낌으로 완성했다. 블루스 분위기의 멜로디와 중저음의 감미로운 음색이 더해져 슬픈 가사를 돋보이게 한다. 날 사랑하겠대 좋아하겠대내가 하는 뭐든 다 너무 좋대서서히 나 너에게 빠져드는데
김효정 기자 기존의 알려진 곡들을 새로 편곡해 브로콜러너마저의 새로운 느낌으로 기록한 시리즈 앨범 <B-SIDE PART.1>은 지난 10여 년 동안 많은 인기를 누렸던 ‘유자차’와 ‘편지’를 트랙에 올렸다.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두 곡의 새로운 편곡은 브로콜리너마저의 현재의 모습과 마음을 담고 있는 듯하다. 솔직하고 담담하게 말하듯 하는 노래의 감성과 일상의 놓치기 쉬운 편안하면서 섬세한 감정을 담은 가사가 대중과의 교감에 큰 역할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오리지널 곡의 버전과 비교해 보면서 변화된 느낌의 세밀한 관찰을 함께하는 것도 즐거운 감상법일 듯하다. 같으면서 다른 새로운 느낌의 '편지'와 '유자차'를 감상하며 이들과 함께해온 과거의 어떤 한 시점의 추억을 꺼내어 볼 수 있게 해주는 포근하고 왠지 좀 더 성숙하고 다듬어진 느낌의 곡들로 재탄생한 듯하다. 현실 세계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줄 거 같은 느낌이다. 어떠한 기교나 화려한 장치 없이 담백하고 잔잔하게 전달되는 가사와 멜로디는 들을수록 빠져들어 버리게 만든다. 플레이리스트에 무한반복을 걸어두고 들어도 질릴 수가 없이 그냥 흥얼거리게 만드는 곡이다. 풋풋한 느낌의 보컬의 음색과 창
뉴욕 기반 인디 그룹 더원츠의 앨범 <컨테이너>는 평화와 조화를 주제로 다룬다. 그의 음악 세계에서는 다양한 메타포와 의인화된 쥐가 등장해 세대 간 어색한 중간지대를 재치있게 묘사한다. 앨범 자켓은 팝아트스럽지만 포스트펑크·신스팝·미니멀 테크노의 다양한 음악적 요소가 융화돼 엣지있는 사운드를 형성한다. 앨범의 시작은 장난기 가득한 곡 '램프(Ramp)'로 시작한다. 혼란스러운 소리 간 불협화음이 양철벽 사이를 때리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타이틀곡은 그루브가 느껴지는 리듬감과 함께 ‘디페쉬 모드(Depeech Mode)’ 분위기를 갖고 앨범의 심도 있는 복잡성을 강조한다. ‘프런트맨 매디슨 벨딩-반담(Frontman Madison Velding-VanDam)‘의 수많은 페르소나들이 수록곡들 사이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진지하면서도 낭만적인 무드가 플레이리스트를 장악한다. ’내가 실패자라면 나를 사랑하겠는가‘라는 노골적이고 가슴 아픈 가사는 삶과 음악에 대한 깊은 고민을 느끼게 해준다. 끊임없는 변화에 적응해야만 하는 현실 속 자아의 탐구하는 모습이 음악을 통해 나타난다. 더원츠의 음악 세계는 대담하고 효과적이다. 일반적인 인디 노이즈에서 벗어나
美 싱어송라이터 겸 레코드 프로듀서인 라우브는 인간본성과 삶을 노래한다. 청중은 이를 통해 각자 짊어진 삶을 고민하고 공감한다. 라우브는 제각기 곡이 지닌 관계에 초점을 맞춰 전체적인 앨범을 프로듀싱한다. 초기 발표곡은 라우브를 절망적인 낭만주의자로 보여주지만 이는 일부 단면일 뿐이다. 다양한 표현 속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잃지 않는 일관성이 돋보인다. 이는 감동을 증폭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라우브는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종종 음악세계관을 확대한다. ‘애니 마리(Annie Marie)’, ‘알레시아 카라(Alessia Cara)’와 협업에서는 느긋하고 털털한 매력을 선보였다. 카라의 보컬이 라우브와 함께 녹아드는 후렴구는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폴 클라인(Paul Klein)’과의 인연에서도 두 아티스트는 가장 잘하는 것을 마음껏 뽐내는 시너지를 발휘했다. 독특함을 주고받으며 감성의 결을 쌓아간다. 가사에 드러나는 절박함과 공허함은 리스너를 감동시킨다. 이후 라우브는 감성적인 관점보다 사려 깊고 흥미로운 많은 곡을 발표했다. 주제는 가볍지만 묵직한 진정함이 공존한다. 독특한 표현을 가진 영리한 곡으로 진부한 주제에 창의성을 불어넣었다. 허구적인 상황을
여성의 경우 직업 앞에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젠더의식의 부재는 여전히 만연하다. 인디신에서도 유독 여성 인디 뮤지션에게는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왔다. 남성 뮤지션은 ‘남성 뮤지션’이라 부르지 않는데 왜 여성 뮤지션만 ‘여성 뮤지션’,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사실을 강조하는지 의구심을 품어봤다면 독립 음악 산업 구조 속 소비되는 여성의 이미지를 유추해볼 수 있다. 특히 10여 년간 사용돼 온 ‘홍대 여신’은 인디신 내 여성의 입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수식어다. 이는 뮤지션의 다양한 모습과 전문적인 음악성을 ‘여신’이라는 외적 평가요소로 압축한 전형적인 대상화다. 이런 입지를 타개하기 위해 뮤지션과 그 음악 자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에 라온미디어는 인디 뮤지션 중에서도 여성을, 그중에서도 음악성을 조명하는 별도 섹션을 마련하고 실력파 뮤지션을 발굴한다. [편집자주] 유튜브서 시작된 ‘온라인 탑골공원’이 입소문을 타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1020세대에게는 신선한 과거의 가요계를 엿볼 수 있고 3040세대에는 추억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인기의 이유다. 이러한 영향으로 가요계는 현재 뉴트로(New-tro) 열풍이 불고 있다. 뉴트
서유주 기자 싱어송라이터 윤딴딴(YUN DDan DDan)의 <신혼일기>는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미니앨범이다. 타이틀곡 ‘신혼일기’ 이외에 '니가 싫으면 나도 싫어', '미니멀 라이프', '기댈 곳', '시간 안에 우리'의 총 5곡으로 구성됐다. 윤딴딴의 이번 앨범은 신혼의 단꿈과 로맨스가 담겼다. 이에 모든 트랙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어지는 곡들로 채워졌다. 듣고 있다 보면 마음을 조용히 깊게 울리는 감동이 있다. 직접 작사 작곡 한 곡으로 평범해 보이는듯한 신혼생활의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고 스케치한 느낌과 기분을 그대로 녹여내고 있다. 섬세한 터치의 가사가 그 상황과 감정을 상상하게 만들어주고 청자들 입가에도 스르륵 웃음을 띠게 만드는 앨범이다. 일상생활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해 리스너들의 진심어린 공감을 자아낸다. 어쿠스틱한 기타 연주와 달곰한 목소리로 들을수록 빠져든다. 귀에 쏙쏙 박히는 일생 생활 포착형 가사는 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제목에서도 이미 밝혀진 바와 같이 일기 같은 곡이다.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이야기와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분명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듣고 싶은 곡이라는 데 모두가 공감할
김효정 기자 1990년대 낭만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세이수미(Say Sue Me)이 음악세계는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부산 출신 4인조 혼성 인디록밴드 세이수미는 현재 해외에서 많은 관심과 러브콜을 받는 한국 인디밴드다. ‘최수미(보컬, 기타)’, ‘김병규(기타)’, ‘하재영(베이스)’이 멤버로 구성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는 낭만과 여유로움을 마음껏 펼쳐 보인다. 보컬 ‘최수미’의 몽환적인 음색과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인디 록과의 절묘한 합이 그들의 음악에 흠뻑 빠져버리게 만든다. 음악 자체가 주는 연주와 보컬이 음색이 리스너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가사를 전달하기보다 음악 자체가 주는 쾌감을 맛보게 해준다. 그들이 가진 다채로운 감성과 풍부한 감정의 결을 고유한 빛깔로 풀어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다. 이들만의 감성이 잘 표현되고 있다. '세이수미' 싱글 <Good For Some Reason(Winter Ver.)> I know that you you know about something sad I know that is the easiest thing 완벽하게 마스터링 되지 않은 듯한, 거치고 올드한 느낌
인디신을 대표하는 밴드 혁오의 앨범 <사랑으로>가 주목받고있다. 앞선 앨범이 20, 22, 23처럼 나이를 나타내는 숫자로 젊은 시절의 방황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지금은 사랑 그 자체에 대한 그들의 고뇌의 결정물에 대한 서술이다. 사랑이 갖는 본질에 대한 장석주의 시 ‘사랑에 대하여’를 앨범에 수록했다. 이들의 상념 속에 있는 사랑에 대한 고심은 그저 흘러가는 애틋한 그런 남녀 간 소비적인 사랑만이 아닌 인간의 삶과 진정한 우주를 감싸 안을 사랑에 대한 고민과 철학에 대한 그들의 해석이다. 촘촘하게 짜인 인생 속에 하나씩 껴 있는 다양한 감정들은 현실 속에서 혼재된 문제로 우리의 일상을 어지럽힌다. 이러한 모든 것에 대한 승화와 초연의 결정체인 사랑에 대한 행복한 결말이 앨범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다. 총 6곡이 플레이리스트에 있다. 하지만 타이틀곡이 하나가 아닌 수록곡 전체다. 해당 앨범에 대한 어떠한 전재도 설명도 없이 곡 전체를 한 호흡으로 끊김 없이 들어보자. 해당 앨범은 6곡이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곡의 흐름이 후곡을 이끌고, 분위기는 점점 고조된다. 보사노바 느낌의 ‘help’로 시작되는 평온한 느낌의 곡을 시작으로 ‘
루시드 폴의 반려견 ‘보현’은 10년을 함께 했다고 한다. 이러한 반려견의 사진집을 만들어 기록을 남기려다가 목소리의 기록도 함께 남기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로 이 앨범이 시작됐다. 이는 반려견과의 독창적이고 유니크한 콜라보레이션으로 거듭났다. 앨범은 반려견에 대한 그의 사랑과 애정만 담고 있으며 반려견의 목소리와 자연스러운 행동, 주변 자연의 소리가 담겨 리스너에게 생생한 감동을 전달한다. ‘콜라비 콘체르토’라는 곡은 반려견이 채소 콜라비를 먹는 아삭거리는 소리를 확보해 완성됐다. 그래뉼러 신서시스(granular synthesis)로 템포와 음의 높낮이를 변주해 신선하고 재미있는 음악으로 승화한 것. 놀랍고 새로운 시도다. 이런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것이 진정한 인디 음악인의 자세가 아닐까. 오랜만에 느껴지는 생기있고 독특한 인디음악을 만났다. 루시드 폴의 곡은 그의 세련된 느낌과 색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늘 새로운 시도와 함께 묘한 힐링과 행복감을 더한다. 다급하게 다가오기보다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천천히 밝아지는 기분 좋은 따스한 햇살 같다. 해당 앨범에서 루시드 폴은 보다 강렬하게 리스너들의 심금을 울린다. 화려하게 꾸며진 컬렉션이 아닌 섬세한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