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의 숨은 영웅들이 이제라도 빛을 볼 수 있기 바래요”

[인터뷰] 이희경 부르스터스 아이스크림 부사장
한국전 당시 숨은 국군-미군 영웅 발굴 노력

 

[라온신문 박은아 기자] 강원도 인제 가는 길을 가다 보면, 차도 옆에 조그마한 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에는 다리와 어울리지 않는 군인 동상이 있다. 이 다리는 한국전쟁 당시, 홍수가 범람하면서 철수하지 못해 부하들을 다 잃고, 본인도 전사한 리빙스턴 소위의 유지가 담겨 있다.

 

다리가 있다면, 전원 다 살릴 수 있었다고 판단한 리빙스턴 소위는 부인에게 이곳에 다리를 하나 놓아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사망했다. 부인은 혼자서 모금 활동을 펼치고 결국 인제에 다리가 놓이게 된다.

 

리빙스턴 소위 말고도, 한국전쟁에는 이렇게 숨은 값진 이야기를 남기고 떠난 숨은 영웅들이 수도 없이 많다. 시간이 지나, 이제 그때의 이야기는 많이 퇴색되고, 희석화됐다.

 

미국에 이민을 가 대학교까지 미국에서 살아온 이희경 삼조에스피피 부사장은 미국에 있으면서 언젠가 한국에서 다시 생활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어느 날 본인이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즐겨 먹던 미국 아이스크림을 생각하고, 이 아이스크림을 한국에 소개하고 나가서 한국만의 맛을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키우게 된다.

 

이 부사장은 즉각 행동에 들어가,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 군대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이왕 군대에 간다면 장교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언어 문제 등 많은 난관을 뚫고 기갑장교로 중위 전역하게 된다. 이후 즉각적으로 행동에 들어간 이희경 부사장은 미국 외에는 해외 진출을 검토하지 않고 있던 미국 아이스크림 부르스터스의 창업자를 만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게 됐다. 쉽게 만날 수 없었던 그는 어떤 세미나에 창업자가 온다는 정보를 듣고 가족들이 총출동해 그를 만났으나, 자금 문제 등 여러 가지로 인해 처음에는 성사를 이루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결국은 창업자를 설득했고, 2017년 부푼 꿈을 안고 한국에서 사업을 론칭했다. 그러나, 아이스크림은 전형적인 자본집약 사업이라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히게 됐고, 미국에서 부르스터스의 위상을 아는 많은 유학생 출신들과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사업은 생각보다 성공적으로 안착하지 못하게 됐다.

 

이후, 경성주막, 크라운호프, 금복주류 등을 운영하는 서성웅 대표와 의기투합이 됐고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새롭게 사업을 전개해 경기도 광주에 HACCP 공장을 설립하고 평소 꿈꿔왔던 미국에서 판매하지 않고 한국에서만 판매하는 망고 흑임자 등의 맛을 개발해 한국에서만 판매를 시작했다.

 

사업이 쿠팡, 이마트 등에 잘 론칭하면서, 이희경 부사장은 평소 마음속에 두고 있던 한 가지 일을 더 추진하기로 한다. 본인이 육군 장교로 있으면서 한국과 미국 양국의 정체성과 관계 등을 생각하면서 미력하지만, 양국의 관계에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러다가, 한 지인이 추진하고 있던 ‘언성히어로클럽’이라는 프로젝트를 만나게 됐고 본인이 평소 생각한 것과 자신이 하는 사업과도 맥이 닿아있다고 판단하고 즉각적으로 행동에 옮기게 된다.

 

언성히어로클럽은 한국전쟁 당시 희생된 국군 미군 영웅들의 스토리를 개발하고, 그들의 영웅상을 세상에 알리자는 취지로 시작된 민간 움직임이다.

 

그는 지난 3월, 미군들이 보는 미국판 국방일보인 스타스앤스트라이프스지에 한국전쟁 당시 미8군 사령관이었던 밴플리트 장군과 밴플리트의 외아들 밴플리트 주니어 대위의 실종 등을 다루며, 이에 감사하는 특별 기사와 이 부사장의 뜻에 동조한 기업체들의 협조를 받아 감사 광고를 게재했다.

 

리빙스턴 대위는 비행기 조종사로 한국전쟁에 참전할 의무가 없었지만, 아버지를 따라 한국전쟁에 자진 입대했고, 비행 중 실종 처리됐다. 앞서 이야기한 리빙스턴 소위, 밴플리트 주니어 대위 외에도, 의무병으로는 유일하게 은성훈장을 받은 존킬머 일병 등 수많은 영웅이 존재한다.

 

이 부사장은 일단 언성히어로를 알리기 위한, 사이트 제작 티셔츠 제작 등부터 시작할 예정이며, 뜻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교 출신들을 모아 조그마한 사교클럽의 발족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회사의 상업적인 홍보 이슈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본인 회사나 제품 등은 전혀 홍보 등에 개입시키지 않을 계획이다. 처음에는 미군-한국군을 위주로 활동상을 알릴 예정이며, 향후에는 현재의 숨은 영웅들도 발굴해 지속해서 알려 나갈 계획이다.

 

이 부사장은 한국 장교, 부르스터스 한국 진출 등 돌이켜보면 절대 본인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일이라 생각한다. 그는 아직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누군가의 큰 도움을 지속해서 받아온 것에 감사한다고 말하며, 결국 이렇게 평화롭고 자유롭게 일하고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한국전쟁에서 희생한 분들의 덕이라고 말하면서, 작은 소망 하나는 자신이 만든 메이드인 코리아 한국맛 아이스크림을 선배 전우와 현역의 후배 전우들에게 편하게 맛보게 하고 싶다고 전하며, 천천히 조용히 한발 한발 진행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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