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63) 축출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권력 구심점을 잃은 베네수엘라가 체제 안정과 정상 국가로서의 이미지 구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통령 궐위를 인정하지 않는 식으로 마두로 정통성을 유지하면서도 델시 로드리게스(56) 임시 대통령 통치 당위성을 확보해야 하는 딜레마 상황을 '법치 프레임'으로 빠져나오려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국회의사당에 출석해 자기 친오빠인 호르헤 로드리게스(60) 국회의장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같은 날 '마약 테러 공모' 등 혐의 피고인으로 미국 뉴욕 법정에 선 마두로를 대통령이라고 칭하면서 "영웅의 피랍에 깊은 고통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대외적으로 미국과의 협력 의지를 숨기지 않았던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미 군사 작전 직후엔 "베네수엘라의 유일한 대통령은 마두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직면한 가장 큰 숙제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마두로를 여전히 '현직'으로 간주한다면, 그의 역할은 단순한 '대리인'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의 실권 행사를 보장해야 하는 베네수엘라로서는 행정 연속성 보장과 주권 수호라는 법적 수사(修辭)를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마두로의 정통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로드리게스 하에서의 집행력을 정당화한다는 포석이다.
마두로에 대해 '절대 충성' 모드인 것으로 알려진 군부에도 일종의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베네수엘라 입법부와 사법부는 행정부 임시 수장을 세우는 모든 과정을 신속하게 공개하면서, 지속해서 "헌법 절차"와 "대법원판결"에 따른 것임을 강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우고 차베스(1954∼2013) 전 대통령(1999∼2013년 재임) 때부터 이어져 온 '반미'(反美) 성향 정책 실행 과정에서 최전선에 섰던 군부의 동요 가능성 차단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을 낳게 한다.
국제사회에 정상 국가로서의 면모를 웅변하려는 속내도 감지된다.
로드리게스는 취임사에서 미국을 향해 "국제법 틀 안에서의 존중 어린 관계"를 언급하며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는 강경 일변도의 마두로 체제와는 차별화한 모습인데,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제재 완화와 국제적 고립 탈피를 이끌어 '무법 독재국가' 낙인을 벗어 던지려는 시도로 여겨질 수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처신을 잘하지 않으면 우리는 2차 공습을 하겠다"고 경고한 가운데 상황 관리를 위해 미국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런 접근법이 법리 논쟁을 넘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내부 반발 또는 마두로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한 소요 사태 가능성을 '제로'로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 4일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 조기 민주화 기대에 "비현실적"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차비스모(차베스 전 대통령 이름에서 따온 좌파 포퓰리즘 성향 정치 이념)는 15∼16년간 지속됐다"라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두로 최측근이자 강경파인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62) 국방부 장관과 디오스다도 카베요(62) 내무·법무·평화부 장관 역시 미국의 형사 기소 대상이라는 점을 짚으며, 미국과의 타협에 소극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