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 20년 만에 최고치…취약 차주 '벼랑 끝'

  • 등록 2025.07.24 11: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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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 5월 4.2%로 0.6%포인트 급등
은행과 2금융권 대출 막히자 고금리 카드대출에 의존 분석

 

올해 5월 기준 국내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용 점수가 낮은 취약 차주들이 1금융권과 2금융권에서 연이어 대출 문턱에 막히자,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카드 대출로 몰리면서 연체율 급등을 야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3.6%였던 일반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은 5월 들어 4.2%까지 0.6%포인트 급등했다.

 

4%대를 다시 돌파한 것은 2005년 5월(5.0%) 이후 처음이다. 해당 통계는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단기, 장기 카드대출을 모두 포함하며 하루 이상 원금 연체도 집계 대상이다.

 

이러한 연체율 상승은 이미 2023년 말부터 심상치 않았다. 2023년 12월 2.8%, 2024년 1월 3.0%에 이어 2월 3.8%, 3월 3.5%, 4월 3.6%로 꾸준히 오르다 5월에 이르러 급격히 치솟았다.

 

연체율 급등의 가장 큰 배경은 시중은행 등 1금융권에서 상대적으로 신용도와 소득이 높은 차주 위주로만 대출을 내주고, 2금융권(저축은행·상호금융 등)도 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신규 대출을 크게 줄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95조 7067억 원으로, 2021년 10월(95조 5783억 원)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출 창구가 연이어 좁혀지면서 대출을 여러 곳에서 이미 최대한 받아온 다중채무자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카드 대출에 손을 댔고, 결국 상환 능력을 잃고 연체에 빠지는 사례가 급증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둔화와 고금리가 겹치며 취약 차주의 자금난이 전례 없이 심각해졌다”라며 “카드 대출은 사실상 마지막 ‘생계 자금’의 성격을 띠고 있다”라고 해석했다.

 

이번 연체율 통계는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카드 부문을 분리한 뒤 남은 지방은행(광주·경남·부산·전북은행 등)과 일부 특수은행을 중심으로 집계됐다. 현금서비스(단기), 카드론(장기) 등 카드 대출 전반을 아울러 중·저신용 취약 차주들이 다시 대규모 연체 위험에 노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신용 점수 하락에 따른 대출 제한→고금리 카드 대출 의존도 심화→연체 급증이라는 악순환이 구조적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아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취약계층의 부채 부담이 금융시스템 전체에 부담으로 전이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선제적이고 촘촘한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조영신 yscho@ra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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