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중동전쟁 여파로 물가와 성장의 불확실성이 동시에 커진 가운데, 당분간은 금리 인하보다 상황 점검에 무게를 두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다음 회의 전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7회 연속 동결됐다. 한은은 "중동전쟁으로 물가의 상방압력과 성장의 하방압력이 함께 커졌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도 크게 확대됐다"라고 밝혔다.
한은은 세계경제가 인공지능(AI) 투자와 주요국 재정 확대에 힘입어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이어왔지만, 중동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로 성장세가 약화되고 인플레이션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며 장기국채 금리와 달러가 급등하고 주가가 흔들렸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중동사태의 전개양상, 주요국 통화·재정정책 및 통상환경 변화, AI 투자 흐름 등에 영향받을 것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국내경제는 수출 호조와 소비 회복으로 개선 흐름을 이어왔으나, 중동사태 이후 경제심리가 약화되고 일부 업종에서 생산차질이 나타나며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봤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 2.0%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물가 전망은 한층 높아졌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전월보다 높아졌고, 앞으로는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2%대 중후반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치 2.2%를 상당폭 웃돌고, 근원물가도 2.1%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동결이 사실상 금리인하 사이클의 종료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한은은 중동전쟁 전개와 물가·성장 흐름,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며 향후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에는 금통위원 7명 전원이 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