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손실까지 나니 그냥 여행을 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컸어요."
다음 달 1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경유해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던 예비 신부 김도언(34)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혹시나 전쟁이 금방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주일간 버텼으나 포성이 멎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 7일 두바이 여행 계획을 결국 포기했다.
그새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드는 '초고유가' 국면이 이어지며 항공권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김씨는 "어제 몰디브로 가는 중국 항공사 직항기 항공권을 90만원에 구매했다"며 "남들보다 30만원가량 더 부담한 걸로 알고 있는데 오늘 다시 확인해보니 155만원까지 올랐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설상가상으로 두바이 여행 일정을 취소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 외교부가 여행경보를 내렸다'며 총 120만원어치의 호텔 숙박권과 항공권 등을 취소하겠다고 여행 플랫폼에 여러 차례 메시지를 보냈으나 감감무소식이다.
김씨는 "1년 전부터 준비했던 신혼여행 계획이 한 달 남기고 다 엉망이 돼버렸다"며 "한 달도 안 남은 결혼식에 신경을 쏟을 여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며 두바이와 아부다비 등 중동 거점 공항을 경유해 신혼여행을 가려던 예비부부들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두바이와 아부다비는 몰디브와 하와이, 모리셔스 등으로 떠나려는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경유지로 꼽힌다. 직항기를 이용하는 것보다 항공권이 훨씬 저렴한 데다 2∼3일 동안 머물며 쇼핑을 비롯해 다채로운 관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바이가 이란의 '보복 공격' 표적이 되고 이들 지역에도 여행경보가 내려지면서 전쟁의 포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오는 11월 두바이와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인 신모(35)씨는 "출국할 때까지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현지가 뒤숭숭해서 여행 분위기가 날지 모르겠다"며 "기름값이 더 오르기 전에 싱가포르로 경유지를 옮겨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예비부부들이 모인 한 온라인 카페에는 미국이 이란을 공습한 지난달 28일부터 '신혼여행 일정을 바꿔야 하느냐' 등 고민을 토로하는 글 190여건이 연달아 게시됐다.
"매일 뉴스만 보고 있다", "트럼프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는 글부터 아직 전쟁이 확산하지 않은 이집트와 같은 곳도 신혼여행을 포기해야 하는지 묻는 글들도 여럿 올라오고 있다.
두바이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발 묶인 관광객과 예비 여행객 등이 몰리며 가입자가 지난 2일 기준 1천600명까지 늘었다.
유대인의 최대 명절인 유월절(4월 1일)을 맞아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계획했던 기독교 단체들도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9월 예루살렘 성지순례를 앞두고 있다는 50대 A씨는 "아직 출국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출국하더라도 종교 문제 때문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안전을 가장 우선시할 것"이라고 했다.
중동 여행상품 취소 요청이 잇따르며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국내 주요 여행사들은 3월 출발하는 상품을 취소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하기로 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이란, 바레인, UAE,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 여행경보가 내려진 국가에서는 일단 여행상품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전쟁이 당장 끝난다고 하더라도 2∼3개월은 여파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