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업계에서 법인보험대리점(GA)의 설계사 정착지원금 지급 경쟁이 최근 더욱 치열해지며 시장 질서 혼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나친 설계사 영입 경쟁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정착지원금 현황의 상시 감시와 함께 부당승환에 대한 무관용 원칙의 강력 제재를 예고했다.
21일 금감원이 발표한 ‘GA업계의 설계사 정착지원금 지급 현황(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GA업계가 지급한 설계사 정착지원금은 총 1003억원으로 집계돼 직전 분기(838억원) 대비 19.7%(165억원) 급증했다.
특히 500명 이상 설계사를 두고 있는 대형 GA의 지급액은 805억원에서 980억원으로 175억원 늘어나며 전체 증가폭을 주도했다. 이는 2024년 3분기부터 시작된 분기별 정보공시 도입 이후 지난해 4분기 일시 감소했다가 올 들어 다시 뚜렷이 반등한 규모다.
정착지원금은 타사 설계사 영입을 위한 ‘스카우트 비용’으로 이직 시 받지 못한 수수료 보전 등의 성격이 있지만, 과도한 지급경쟁이 실적 압박을 부추기며 부당승환(보험 갈아타기), 특별이익 제공, 허위·가공계약 등 불건전 관행을 양산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금감원은 2023년 6월부터 올 6월까지 7개 대형 GA를 상대로 실시한 현장검사에서 408명의 설계사가 2984건의 신계약을 모집하며 3583건의 기존 계약을 6개월 이내 부당하게 소멸시킨 사실을 확인했다.
부당승환 발생 시점을 보면, 설계사가 새로운 GA로 이직한 지 180일 이내가 43.1%에 달했다. 설계사들이 이직 직후 실적 쌓기를 위해 기존 자신의 계약을 해지시키고, 보장내용이 거의 비슷한 새 계약을 유도한 것이다. 이는 보험소비자에게 해약 환급금 감소, 보험료 부담 증가, 보장 단절 등의 직접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설계사는 실적 압박으로 신계약 고객의 보험료를 대납하거나, 지인 등 타인의 명의를 동의 없이 사용해 계약을 체결하는 등 위법행위에도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상 징후가 포착될 시 GA에 대한 신속한 현장검사와 함께 기존 설계사 개인 제재를 넘어서 GA 업무정지 등 기관에 대한 최고 수준의 제재까지 예고했다. 아울러 분기별 정착지원금 지급액, 선지급률, 미환수율 등 주요 관리지표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자율규제인 ‘정착지원금 운영 모범규준’ 준수 현황도 점검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착지원금 과잉 경쟁으로 인한 보험 모집질서 혼탁과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한층 더 엄정한 감독과 제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