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밴드로 모색하는 학술운동의 방향성

2021.12.24 10:27:29

 

[라온신문 서유주 기자] 밴드는 일반적으로 다양한 기악합주단체를 뜻한다. 악기 편성에 따라 금관악기만으로 이뤄진 브라스밴드, 관악기만의 윈드밴드, 다양한 악기들로 편성된 재즈밴드 등으로 불린다. 재즈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 볼 수 있는 임프로비제이션(improvisation), 즉흥연주에서 나오는 창조성과 활력은 이러한 악기편성으로부터 나온다.

 

이미 완성된 원곡 그 자체의 해석으로 제한되고 정형화된 유럽음악과 달리 재즈는 즉흥성으로 표현되는 원곡의 외부를 통해 '지금 바로, 여기에서' 완성함으로써 다른 밴드에선 불가능한 창조성과 활력을 지닌다. 악기 편성과 배치 역시 완벽하게 조율된 유럽음악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뤄진다.

 

재즈가 음악의 외부를 통해 음악의 내부를 이해하는 일종의 '음악적 사유'라면 재즈밴드는 그 음악적 사유의 실천형식이다. 문제는 레코딩 과정에서 재즈의 생명인 즉흥성이 사라지고 반복성과 동일성을 입게 된다는 점이다. 음악을 완성시키는 순간 음악적 외부는 사라지고 그 자체로 하나의 완전한 내부로 인식되는 것이다. 따라서 재즈밴드는 재즈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1910년대부터 이미 레코딩에 대항하는 일종의 비제도적 사유와 실천형식으로 분화됐다. 대형 기획사로의 편입에 반대하면서 클럽과 거리를 주 무대로 하는 인디밴드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재즈가 끊임없이 진화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재즈가 그 사유와 실천에 근거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디밴드란 뮤지션이 추구하는 음악만을 만들기 위해 대형 기획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음악 활동을 하는 그룹이나 밴드를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재즈 또한 인디밴드라는 실천형식을 통해 표출된다. 독립성은 음악의 외부를 통해 내부를 사유하는 재즈의 사유형식을 표출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재즈밴드는 악기 편성의 동일화에 반대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악기들과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고, 실현한다.

 

학술 측면에서도 이러한 인디밴드의 특징을 적용해 지속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어떨까. 기존의 지적 기반과 생산방식을 살펴보면서 끊임없이 외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거듭나야 하는 시대다. 고립된 개인이 확보할 수 있는 인식의 지평은 제한적이며, 이러한 지평 위에서 구축할 수 있는 지식의 가능성이나 사유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새로운 사유와 실천을 모색하기 위한 '지평의 융합'과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형식(form)이 요구된다.

 

지식은 개인의 산물이 아니라 관계의 산물이다.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계가 요구되며, 이러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실험적 모델들이 요구된다. 인디밴드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서유주 help@ra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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