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음악 크라우드 펀딩의 명과 암

2021.12.22 13:38:57

 

[라온신문 서유주 기자] 음악 분야의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들은 펀딩 액수가 크지 않고, 대부분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 않은 소위 ‘인디 뮤지션’들이 시도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현재 한국의 대중음악 시장은 체계화된 대형 연예기획사의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아이돌 음악을 필두로 한 메이저 레이블의 시장과 ‘홍대 앞’, ‘인디’ 등의 용어로 통칭되는 인디음악으로 양분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그러나 비-메이저 레이블을 통해 혹은 홈레코딩 방식으로 음악을 발표하는 뮤지션들의 경우, 대부분 녹음 과정, 특히 그 이후의 유통과 마케팅 과정에서 커다란 재정적 어려움에 부딪히는 것이 현실이다. 인디 뮤지션들이 적극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시도하게 되는 이유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와 맞물려 있다. 따라서 인디 음악 분야는 크라우드 펀딩이 소규모 문화예술 생산의 새로운 자립 기반이 될 수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매우 적합한 대상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인디 뮤지션들은 메이저화되지 못한, 혹은 메이저와 의식적인 거리를 두는 ‘마이크로인디’에 속하기 때문에 음악 생산을 위한경제적 자원을 동원하는 능력 면에서 한계가 있다. 이들은 비직업적인 취미의 형태로 음악 활동을 하는 사람들처럼 아예 돈에 연연하지 않을 수있는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다. 이들에게 음악은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기위한 예술이기도 하지만, 생존을 위한 밥벌이 수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크라우드 펀딩’과 같은 새로운 재원 마련 수단에 매우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그러나 크라우드 펀딩 역시도 소규모 문화생산자를 지원한다는 ‘착한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잠재력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크라우드펀딩 업체직원은 팬덤이 전혀 없는 ‘쌩신인’은 프로젝트 진행이 힘들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공연을 잘 하지 않는 작곡 팀의 리더였던 한 인디뮤지션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나, 대중들에게 알려져있지 않았던 탓에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온라인상에서는 프로젝트가 성공한 것으로 표시되어 있으나, 실상 지인들에게 개인적으로 부탁을 해서 최대한 금액을 채운 후에 모자란 돈만큼을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후원하는 방식으로 이뤄낸 프로젝트도 존재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필요한 비용을 얻기는 했지만, 자신의 음악에 관심도 없는 지인들에게 받은 후원이었기 때문에 리워드를 실천하는 게 오히려 민망한 상황이 된 것이다. 해당 인디 뮤지션은 "좋은 취지인 것은 알겠지만 억지로 성사시킨 펀딩이었다. 끝난 후엔 어떤 반향도 없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음악활동을 통해 기존에 쌓아 놓은 상징자본이나 사회자본이 경제자본으로 환금되는 것이지, 크라우드 펀딩 자체를 통해서 새로운 자본을 획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셈이다.

 

크라우드 펀딩의 중요한 장점 가운데 하나는 그것을 둘러싼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해당 예술이 간접적인 마케팅 및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플랫폼 자체에 등재된다는 것만으로 어떤 식으로든 인디 뮤지션들의 정보가 사이버스페이스 곳곳으로 퍼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디 뮤지션들은 이러한 홍보 효과가 오히려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인식 또한 공유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매개한 간접적 홍보 효과도 인디 뮤지션들에게는 이미 구조적인 제약 안에 놓인다는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이 소규모 문화예술의 자립 기반을 마련해줄 수 있으며, 여기에 투사되는 사회적 기대, 실제 활용 양상 등이 각 문화 영역과 그 내부 행위자들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발전적 논의가 앞으로 더욱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서유주 help@ra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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