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가 개인의 일탈을 넘어서 의료기관과 보험업계가 얽힌 조직적 범죄로 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병원장이 의료기관을 세우고 자금팀·알선상담팀·보험팀·처방팀을 나눠 운영하며 실손보험금을 빼돌리고, 성형외과 직원이 헬스장 고객을 유인해 허위 입·퇴원 확인서까지 발급하는가 하면, 보험설계사가 병원 관계자와 공모해 치아보험 사기를 주도하는 사례까지 적발됐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1조 1571억원으로 전년보다 69억원(0.6%) 늘었다. 적발인원은 10만 5743명으로 3245명(3.0%) 줄었지만, 사기 한 건당 편취 규모는 오히려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유형별로는 진단서 위변조 등 사고내용조작이 6350억원(54.9%)으로 가장 많았고, 허위사고 2342억원(20.2%), 고의사고 1750억원(15.1%)이 뒤를 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병원장이 실손보험 편취를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설립해 자금팀·알선상담팀·보험팀·처방팀으로 구성된 조직적 범죄단체를 운영한 사건이다. 알선상담팀은 ‘미용시술을 통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며 환자를 모집하고, 보험팀은 미용시술을 도수치료 등 실손보험 적용항목으로 조작해 허위진료기록부를 발급하는 등 체계적으로 역할 분담하며 사기를 벌였다.
실제로는 모발이식·필러·리쥬란 같은 미용시술을 하면서 도수치료 등 보험 적용 항목으로 둔갑시켜 허위 진료기록부를 발급했다. 금융당국은 병원장 1명, 브로커 10명, 손해사정인 3명, 환자 1105명이 연루돼 약 40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파악했다.
성형외과를 둘러싼 수법도 정교했다. 헬스트레이너를 겸업하던 성형외과 직원은 헬스장 고객들에게 가슴성형 광고모델을 모집한다고 접근해 환자를 끌어들였다. 실제로는 가슴·코성형 등 미용수술을 시행했으나, 수술기록지에는 액취증 수술이나 비중격만곡 치료 등 급여 수술로 조작했다. 통원치료를 입원치료로 꾸미기 위한 허위 입·퇴원 확인서를 발급하는 방법을 통해 병원 종사자와 환자 441명이 약 14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 체결부터 보험금 청구까지 보험사기를 주도한 사례도 확인됐다. 설계사들은 치위생사로 근무하면서 병원 관계자와 공모해 환자의 치과치료 이력을 삭제한 뒤 치아보험에 가입시키고 보험료를 대납하는 방법으로 환자를 유인했다. 이어 사전 공모한 병원에 내원하도록 한 뒤 보장한도(예: 연간 치아 3개)에 맞춰 치료 날짜를 조작하거나 허위 진단서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보험금을 타냈다. 이 사건에는 보험설계사 15명, 병원종사자 4명, 환자 100여 명이 가담했고, 편취금액은 약 16억원으로 집계됐다.
보험사기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 조직화하자, 당국과 보험업게도 대응강도를 높이고 있다. 금감원은 생·손보협회 및 보험회사 등과 함께 ‘특별 신고·포상기간’을 지난 1월 12일부터 운영해 제보된 사항에 대해서는 보험사기 혐의점을 집중 조사하는 등 보험사기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병의원 관계자가 신고할 경우 5천만원, 자동차 정비 및 렌터카 업체 관계자는 3천만원, 차주·운전자·동승자가 신고하면 1천만원의 특별포상금을 지급한다.
실제 성과도 나타났다. 모 의원은 환자에게 실제로 비만치료제를 제공하였음에도, 다른 질환으로 치료(도수·무좀치료)한 것처럼 진료기록부 등 의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제보됐다. 또한 브로커(GA 소속 보험설계사)가 의원과 결탁해 환자를 알선하고 있고, 환자는 보험 가입 전에 미리 의원으로부터 진단·치료를 한 후 보험가입을 하고 면책기간 이후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의원이 허위 진단서를 발급하고 있는 사실이 환자에 의해 제보됐다.
금감원은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보험사기 ‘특별 신고·포상 기간’을 경찰의 ‘보험사기 특별단속’ 종료기간(2월 2일~10월 31일)과 일치시키고, 신고 범위도 기존 실손보험 외에 자동차보험을 추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생·손보협회 및 보험회사에 제보자의 신원이 철저히 보호될 수 있도록 지도하는 한편 제보된 사항에 대해서는 적극 대처해 수사·적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포상금 지급이 확정된 경우에는 신속하게 지급해 제보 유인을 극대화하겠다”라고 밝혔다.
보험사기를 신고하면 특별포상금에 더해 적발 금액에 따른 보험범죄 신고 포상금도 추가 지급받는다. 생·손보협회가 보험사기가 입증 가능한 물증을 바탕으로 지급액을 심사하되 사전 공모 등 부당한 신고에는 지급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콜센터(1332)나 각 보험사 보험사기 신고센터를 통해 보험사기를 신고할 수 있다.
